[단독] 주류 스마트오더 2위 ‘달리’ 서비스 종료… 술 스타트업, 한파 속 생존 경쟁
주문 건수, 2년여 만에 91% 줄어
편의점·해외 직구 공세에 고전
온라인에서 주류를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는 주류 스마트오더 업계에서 ‘데일리샷’에 이어 2위를 기록하던 ‘달리’가 오는 17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2020년 국세청이 ‘주류 통신 판매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각계 건의를 받아 허용했다.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겪으며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발을 들이고,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에 접어들며 이전처럼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수요가 늘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달리는 서비스를 17일 종료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달리에서 이미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에게는 ‘오는 22일까지 픽업을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달리는 업계 1위 데일리샷에 이어 두 번째로 서비스를 시작한 주류 스마트오더 1세대다.
서비스 초기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2022년 4월 기준 한 달 주문 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섰다. 2022년 7월에는 코스피 상장사 인스코비로부터 시드 단계 전략적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완화되자 주문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 스타트업 정보 사이트 혁신의숲에 따르면 달리 소비자 거래 건수는 2022년 8월 1900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4개월 만에 거래 건수가 5분의 1로 줄었다.
이어 올해 8월 달리 주문 건수는 800건대로 급감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방문자 수 역시 4만 명대로 한창 많았던 시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한국주류종합연구소 관계자는 “주류 스마트오더 이용자 대부분이 한 앱만을 집중해서 쓰지 않는다”며 “여러 앱에서 사고 싶은 술을 검색한 다음, 그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술을 커피처럼 앱에서 먼저 주문하고,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상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성인 인증을 하고 주문과 결제를 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수령할 수 있다. 성인 인증을 했어도, 반드시 대면 수령해야 한다. 미성년자 주류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 절차다.
2020년 통신판매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는 전통주를 제외한 술을 온라인에서 살 수 없었다. 국세청은 코로나로 외부 술자리가 극단적으로 줄고, 집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자 ‘주류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스마트오더 방식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이후 데일리샷과 달리, 키햐, 일킬로미터와인, 짠샵, 겟쥬 같은 주류 스마트오더 스타트업이 줄지어 이 시장에 발을 들였다. 데일리샷은 올해 8월까지 누적 투자금 125억원, 시리즈B 투자 단계까지 진출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곧 주요 편의점들과 신세계L&B 와인앤모어, 롯데마트 산하 주류 전문점 보틀벙커 같은 유통 대기업 산하 주류 판매 채널도 참전했다. 특히 오프라인에 거점이 많고, 고도화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편의점들은 스마트오더로 주문한 술을 받아 가는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2020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GS리테일의 ‘와인25플러스’는 2021년 매출 신장률 13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주류 매장은 공간과 비용적인 제약으로 팔고 싶은 술을 전부 전시하기 어렵다. 다양한 주류를 보유한 업장에서는 반대로 어디에 원하는 술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 술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세밀하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반면 앱은 수천 종이 넘는 술을 보유할 수 있다. 앱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술을 찾기도 쉽다. 무엇보다 ‘깜깜이식’으로 판매되는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주류의 실제 판매 가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주류 유통업체나 도매업체들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매장에 모든 술을 다 늘어놓을 필요 없이, 앱에 정보를 올려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픽업 장소로 배송만 하면 된다. 지역과 연령, 방문 빈도별 구매 데이터가 고스란히 축적되는 만큼 소비자 선호 주종이나 브랜드, 주류 업계 흐름 등을 파악하기도 쉽다.
하지만 주류 스마트오더는 주세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반드시 특정 매장을 한 차례 방문해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태생적인 불편함을 수반한다. 또 제품별 거래 가격이 앱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가격을 기반으로 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말려들기 쉽다. 최근에는 해외에 나가 직접 주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와인과 위스키를 해외에서 직접구매(직구) 해주는 서비스가 주류 스마트오더의 경쟁자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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