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먼저” “특감 충분”…‘김건희 방정식’ 놓고 줄다리기 하는 여야
與, 의원총회서 ‘특감 추천’ 합의…특검법 표결은 보이콧
관건은 특검법 재표결…“이탈 없다” vs “민심 생각하라”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법으로 제시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통령실 특별감찰관(대통령 친인척 비리 감찰 기구) 설치'를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야권은 "특검 없는 특감은 없다"며 특감 추천을 보류하고 특검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여권은 특감을 리스크 해소 '대체제'로 여겨 강행 추진하는 대신, 특검은 전면 거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을 단독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보이콧을 외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야권 재석 의원 191명 전원이 찬성해 특검법 수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내놓은 '특감 추천'에 대해선 "특검이 먼저"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시사저널과 만나 "특감 추천만 단독으로 시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특감을 시행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충분조건이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특감을 특검에 대한 대체안으로 판단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특감을 하기 때문에 특검은 필요 없다는 논리를 취한다면 민주당이 전적으로 그 상황을 납득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특감 제도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감 제도를 두고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인척에서 발생한 비리 가능성에 대해 사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미 국민적 의혹이 벌어져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이 70%에 달하고, 민심이 특검을 향하고 있는데 특감만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시사저널에 "특감은 미래를 위한 수사가 아니라 과거에 그친 감사에 불과하다"며 "특감 자체로는 절대 완전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저희(민주당)는 무조건 '특감보다 특검이 먼저'라는 기조"라며 "(의원총회에선) 특감에 대한 별도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특감 추진을 놓고 당내 갈등이 이어졌던 국민의힘은 막판 '단일대오' 기조가 형성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 표결을 보이콧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특감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계파를 불문하고 '특검 반대'에 뜻을 모으면서 김 여사 특검엔 이탈표 없이 맞설 거란 뜻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한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달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기로 당론을 모은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통과된 김건희 특별법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다. 그는 "당론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하고, 앞으로 이 법 통과를 반드시 저지시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김건희 특검법도 지난 두 번의 전적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거부권을 거쳐 국회 재의결 수순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재의결 과정에서 여권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여야 모든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8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저지선이 무너진다.
관련해 김용민 수석부대표는 여당의 이탈표를 이끌어낼 추가 방안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은 이미 국민의힘에게 특검법에 대한 수정사항이 있다면 제시할 것까지 제안하면서 (협의점을) 열어놨다"고 답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을 두려워하길 바란다. 여당 의원들도 명태균씨 등을 통해 공천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의원으로 당선시켜주고 재선출 해주는 건 국민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을 보지 말고 '국민의 힘'을 봐야한다"고 일침을 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