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지스타 ‘국제게임쇼’ 맞나… 글로벌 관람객 없는 韓 게임사들의 안방 잔치
B2B관 제외하고 외국인 관계자 찾기 어려워
지스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 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 14일 지스타 개막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는 첫날부터 역대급 인파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개막식 행사 진행자는 “20년 된 지스타가 글로벌 축제로 자리잡았다”고 외쳤지만 정작 현장은 안방 잔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지스타 조직위원회 강신철 위원장을 필두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문화체육관광부 윤양수 콘텐츠정책관, 게임물관리위원회 서태건 위원장이 참석했다. 개막식 무대에는 김정욱 넥슨코리아 대표, 권영식 넷마블 대표, 김태영 웹젠 대표, 정우용 하이브IM 대표 등 국내 주요 게임사 대표들도 참석했다. 그러나 외국인 VIP는 찾아볼 수 없었고, 글로벌 축제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했다.
행사는 시작부터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열띤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넥슨은 500대의 시연 기기를 갖췄고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프로젝트 오버킬’ 시연존에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시간만 2시간을 넘기도 했으며, 이용자들은 게임을 체험하는 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게임 속에 빠져들었다. 이날 만난 직장인 박준수 씨(31)는 “카잔의 초기 영상을 보고 기대가 커 지스타를 찾았다”며 “평소 2~3시간씩 게임을 하는데, 액션 역할수행게임(RPG)로서 꽤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넷마블 부스 역시 지스타에서 가장 활기찬 곳 중 하나였다.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몬길: 스타 다이브’의 시연 대기열은 최대 1시간 30분을 넘었고, 직원들이 끊임없이 대기줄을 정비하는 모습이었다. 넷마블의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시연존에서는 드라마 속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부스를 찾아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활기를 더했다.
크래프톤 부스의 ‘인조이’ 시연존 역시 눈길을 끌었다. 오후 1시쯤부터는 체험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겼고, 인조이를 하러 온 대학생들은 “움직임이 실제와 가깝다”며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에 몰두했다. 대학생 이모씨(23)는 자신과 닮은 캐릭터가 새겨진 굿즈를 들어 보이며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크래프톤의 ‘딩컴 투게더’ 시연존은 호주 자연을 모티프로 한 농장 컨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부스에는 울타리와 흙바닥이 재현되어 있어 마치 가상 농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주었다. ‘프로젝트 아크’ 시연존에서는 e스포츠 캐스터 김지수의 해설을 곁들인 실시간 플레이가 대형 화면으로 펼쳐졌다.
웹젠과 펄어비스 부스 역시 게임의 매력을 한껏 강조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웹젠은 서브컬처 장르 게임 ‘테르비스’와 신작 ‘드래곤소드’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으며, ‘트레비스’ 굿즈 가방을 든 팬들도 눈에 띄었다. 펄어비스는 시연존을 통해 ‘붉은사막’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직접 액션 RPG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들도 지스타 현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발로란트’의 캐릭터 ‘제트’로 분장한 송승빈양(18)과 ‘파이널판타지14′의 ‘알리제’로 분장한 최하늘씨(21)는 PC 게임 애호가로서,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송양은 “학교가 쉬는 날이라 아침부터 왔다”며 “각 게임사 부스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기대만큼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지스타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3281곳)를 갖추고 전 세계 44개국에서 참가했지만, 메인 전시관에는 국내 게임사들이 주인공이었다. 인디게임으로 참여한 스팀, ‘포켓몬 고’로 유명한 나이언틱 외에 눈에 띄는 해외 대형 게임사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도 ‘명일방주: 엔드필드’를 선보인 그리프라인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현장에서도 B2B관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관계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 부스의 안내와 설명 또한 한국어로만 이뤄지며, 글로벌 전시회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가 국내에선 확실한 지역 행사로 자리잡았지만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없는 만큼 해외 유명 게임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해외 게임사들은 행사장 인근에 팝업부스만 차려 홍보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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