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더 좋은 콘텐츠 만들기 위한 훌륭한 도구" [GAIF 2024]
AI 등 최첨단 기술 접목해 나이비스 론칭
앨범·예능 활동에 오세훈 시장과 대담까지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 4년 뒤 24조원 육박
"K팝 기술력 글로벌 상위… 수익 모델 기대"
AI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산업이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AI 기반 버추얼 아티스트(버추얼 휴먼·가상인간)다. AI 보이스와 언리얼 기반 리얼타임 하이퍼 3D 엔진, 하이퍼리얼 시각특수효과(VFX) 등 최첨단 기술 집약으로 탄생한 버추얼 아티스트가 휴먼 아티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첫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ævis)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첫 앨범 ‘던’을 발매한 나이비스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앨범을 직접 홍보하고, 소속사 선배 그룹 에스파 콘서트에 게스트로 깜짝 등장해 무대를 펼쳤다. 최근 열린 ‘서울디자인 2024’의 앰배서더로 발탁된 나이비스는 개막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담을 나누고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스위칭하는 장기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제11회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4)에서 ‘AI와 콘텐츠 산업 혁신’ 주제 발표에 나서는 박준영 SM엔터테인먼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K팝 버추얼 아티스트가 기술 구현의 측면에서는 글로벌 상위권에 랭크됐다고 판단된다”며 “AI 기반 버추얼 아티스트도 휴먼 아티스트처럼 향후 음악, 공연, 광고,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 등이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이 버추얼 아티스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시작한 일명 ‘나이비스 프로젝트’는 기술 발전과 시장 상황, 사내 사업 여건 등을 고려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메타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지만, SM은 훨씬 이전부터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며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시대가 열릴 것을 예견했다. 그렇게 2020년 11월 메타버스 그룹 에스파가 데뷔했고, 나이비스가 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다.
박 CCO는 “SM이란 대중음악을 하는 회사가 버추얼 아티스트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선보일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K팝 팬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갖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SM의 음악적 레거시와 K팝의 시작을 나이비스의 성장 배경에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첫 앨범 ‘던’으로 베일을 벗은 나이비스는 실제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퀄리티로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하이퍼리얼 VFX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한 모습 외에도 툰 스타일, 캐주얼 3D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각 플랫폼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는 플렉시블(Flexible) 캐릭터로 제작돼 확장성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표정, 자연스러운 몸짓에 말투와 억양의 디테일한 변화까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매력으로 전 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박 CCO는 “리얼하고 제작 품질이 높은 고정된 외형(비주얼)은 여건에 따라 사업적 기회가 소실될 수 있다”며 “그래서 나이비스의 플렉시블 캐릭터를 준비해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미디어 환경에서 공백 없이 적시적소에 활동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하고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나이비스의 실감나는 구현의 핵심은 역시나 AI다. 기술 차원에서 보면 나이비스의 목소리와 외형 중 일부가 AI를 활용하고 있고, AI 작가들과 협업으로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AI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박 CCO는 “인간이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고 AI가 만들어낸 것들 중 좋은 것들을 구분해 내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AI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도구지만, 아직은 인간의 개입 영역 안에 있어야만 훌륭한 도구”라고 밝혔다.
SM을 비롯한 국내 엔터기업들은 새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규모는 2021년 16억 3900만달러(약 2조 2871억원)에서 2028년 174억달러(약 24조 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 CCO는 “나이비스 또한 상업 지식재산권(IP)이므로 사업 목표를 정량적으로 수립했지만, 버추얼 아티스트 비즈니스는 호흡을 조금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SM도 3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형태의 아티스트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박 CCO는 “버추얼 아티스트는 휴먼 아티스트의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버추얼과 휴먼 아티스트의 구분과 경계가 없는 세대(10대 초반 전후)가 몇 년 안에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주류 세대로 부상하면, 그만큼 버추얼 아티스트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또 버추얼 아티스트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적, 심리적 경계가 사라지는 때가 되면 ‘버추얼’을 떼고 ‘아티스트’ 그 자체로 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모두가 그렇듯 SM도 트렌드의 흐름과 시장의 요구를 지속적이고 면밀하게 트래킹하면서도 우리가 선도할 것에 대해서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입니다. 좋은 음악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좋은 영향력을 보여 주는 좋은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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