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추진 1년 돼가는데… 상장사 72%는 오히려 PBR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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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1년이 돼가지만,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이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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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1년이 돼가지만, 상장사 10곳 중 7곳은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이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PBR이 낮으면 해당 기업 주식은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세제 지원책 등 기업의 밸류업 공시 참여를 유도할 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에 따른 주가 하락이 겹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2월 2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PBR이 감소한 곳은 상장사 2601곳 중 72.0%인 1873곳으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2월 2616곳, 11월 2678곳) 중 비교가 가능한 2601곳으로 한정했다.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평균 PBR도 2.60배에서 1.80배로 30.8% 낮아졌다.
PBR 1배 이하인 기업도 늘었다. PBR이 1배가 되지 않는 기업은 2월 23일 1085곳에서 이달 13일 1372개로 26.5%(287곳) 증가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한 올해 초보다 오히려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곳이 3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할 요인이 적은 상황에서 증시 약세가 겹쳐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선 법인세 인하 등 기업의 밸류업을 유도할 만한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7월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했다.
거래소가 야심 차게 내놓은 밸류업 지수도 종목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됐다. 최근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만을 기준으로 삼은 탓에 배당수익률이 1.5%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이 20% 미만인 기업 역시 49개나 지수에 담겼다. 반면 밸류업 프로그램 우수생으로 꼽혔던 KB금융·하나금융 등 금융 지주사는 밸류업 지수에 합류하는 데 실패했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이탈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긴 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지 못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뿐 아니라 부동산으로 쏠려있는 개인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고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패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밸류업 정책 자체는 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는 아주 의미 있다”면서도 “정책 시행 초반인 만큼 간담회나 공청회를 통해 업계 입장을 듣고, 지수 선정 기준 등을 꾸준히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현재 시장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크고 기대치가 낮지만, 밸류에이션이 낮고 역사적으로도 저점”이라며 “밸류업 공시와 주주환원 이행 기업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증시의 투자 매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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