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後]③ 보금자리 때와 다를 듯, ‘전세 난민’ 양산 우려 적어
반값 주택 매매 수요에 전셋값 급등
그린벨트 해제 주택 공급 대상층 명확해
대기 수요 크지 않을 듯
수도권 공급 부족 상황이 변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로 5만가구가 공급되면서 임대·매매 대기 수요가 발생하면서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여년 전 강남권 위주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당시 ‘반값 주택’에 대한 기대감에 매매를 뒤로 미루며 전세가격이 급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택 공급의 대상층이 신혼부부·청년층 등으로 명확하기 때문에 임대 또는 매매 대기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가격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현재 수도권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전셋값 향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주택 매매 가격의 경우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고양·의왕·의정부 등 개발 지구의 인근 주택 매매 가격에 단기간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이다.
15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서울 서리풀·고양 대곡·의왕 오전왕숙·의정부 용현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5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개발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대상층을 신혼부부·청년층 등에 집중하고 있다. 공공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번 주택 공급을 두고 보금자리주택 사업 당시와 같은 ‘전세 난민’이 양산될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이명박 정부는 서울 지역에서 ▲강남구 세곡동(6500가구)·수서동(4300가구) ▲서초구 우면동(3300가구)·내곡동(4600가구) 등의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50~80% 불과하다 보니 시세 차익을 노린 대규모 대기 수요가 양산됐다. 그러다 보니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이 있던 2009년 10월 대비 2012년 6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은 24.84% 상승했다.
과거와 같이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번 주택 공급이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 있다 보니 대상이 한정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서리풀지구는 2만가구 중 55%에 해당하는 1만1000가구를 신용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내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다른 개발 지구는 아직 주택 공급 대상을 확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성이 있는 개발을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어서 다른 지역들 역시 주택 공급 대상이 신혼부부·청년 등 주거 안정이 필요한 사람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당시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반값 주택에 대한 대기 수요로 전세 시장에서 머무르는 수요가 있었다”며 “이것은 가격 안정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구매 수요를 미루고 전세에 남는 가구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번에 공급되는 주택은 로또 분양이 아니라 공공 분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울시 같은 경우는 장기 전세로 대상층도 굉장히 명확하게 나오는 구조여서 과거처럼 전세가 상승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사람들이 집을 매매하는 식으로 순환이 돼야 하는데 보금자리 주택은 분양 신청을 위해 무주택 임차인들이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려고 전세시장에 머물렀다”며 “이번 신규택지 분양은 보금자리 주택 반값 분양과 같은 방식으로 분양 가격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대상에게 장기 전세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어느정도 수요 분산이 있어 전세 시장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도권 지역이 주택 공급 부족 상황이라는 점은 전세가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결국 신축 주택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공급되면 대기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이런 수요가 누적되면 전세가격이 충분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택지 공급이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대상이 한정돼 있다고 해도 현재 수도권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부동산 시장,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매매 가격은 개발 지구 인근에 한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면 인근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지역의 시세는 주춤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번 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민간 분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당시에도 신규 분양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매년 40만가구(인·허가 기준)가량 공급되던 민간주택은 2008년 23만가구, 2009년 21만가구, 2010년 24만가구로 줄어들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당시 민간 건설사는 분양 수요가 줄어들어 기존에 아파트를 세우려던 토지를 매각하기도 했다”며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도 건설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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