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전준범 기자 2024. 1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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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임상을 마치고 상업화한 품목으로 제형만 변경해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피하주사(SC) 제형 의약품 개발은 글로벌 트렌드로, 빅파마의 수요가 높다. 기술수출 성공으로 알테오젠의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서 다른 업체와 계약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이 2019년 12월 2일 발간한 알테오젠 보고서다. 당시 알테오젠은 정맥주사용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간 히알루로니데이즈(ALT-B4) 플랫폼을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기술이전했다고 공시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제약·바이오 영역에선 수출했던 기술이 반환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시장의 경계심도 상당했다. 알테오젠이 코스닥 대장주로 성장할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후 5년 동안 알테오젠은 더 많은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결국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자들끼리는 코스닥 투자 성패를 알테오젠 보유 여부로 따질 정도다. 5년 전 알테오젠 기술수출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국투자증권처럼, 그때부터 이 종목에 투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금융권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다가 최근 퇴직한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직원들로부터 ‘알테오젠은 깨지기 쉽지 않은 바이오 종목’이라고 들은 적이 있고, 이 때문에 은퇴하자마자 알테오젠을 샀다”면서 “지금은 제2의 알테오젠을 찾고 싶어서 직접 바이오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처럼 우리나라 증시에선 바이오밖에 답이 없다면서 바이오 공부를 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최근 그나마 바이오 종목 주가 흐름이 꿋꿋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가운데)가 2014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알테오젠의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에 참석했다. / 뉴스1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 주가는 11월 14일 종가 기준 44만1500원이다. 지난해 증시 마지막 날(12월 28일) 종가가 9만85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4.5배 급등한 것이다.

알테오젠은 현재 한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꼽힌다. 2008년 1세대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알테오젠은 올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지난 2월 미국 머크(MSD)의 블록버스터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에 적용할 SC 제형 플랫폼을 수출했고, 최근에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에 총 3억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SC 제형 플랫폼을 수출했다. 올해 주가 급등의 배경이다.

알테오젠은 2017년 이후 총 7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 시작점이 한국투자증권이 호평한 2019년 11월의 계약이다. 당시 거래 상대인 ‘글로벌 10대 제약사’는 프랑스 사노피로 추정된다. 알테오젠이 수출 계약 사실을 공시한 2019년 11월 29일 코스닥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는 4만9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재가(44만1500원 기준)와 비교해보면 5년 새 주가가 785% 오른 셈이다.

유·무상증자, 배당, 액면분할 등을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보면 알테오젠 장기 투자자의 수익률은 더 커진다. 알테오젠의 수정주가는 2019년 11월 29일 1만3879원이다. 이 가격을 현재가와 비교하면 5년 수익률은 3081.06%가 된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알테오젠 사옥 전경. / 조선 DB

물론 5년 동안 꾸준히 이 종목에 투자해 3100% 가까운 수익을 낸 개미는 많지 않겠지만, 투자자 상당수는 흡족한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연동한 알테오젠 투자자 8744명의 평균 매수가는 28만339원이다. 평균 수익률은 57.49%다. 올해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한 덕에 뒤늦게 상승 랠리에 뛰어든 투자자도 돈을 번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알테오젠 주주들 사이에서는 최근까지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가 화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테오젠으로 얻은 투자 차익이 수억원에 달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서울 지역의 한 세무사는 “금투세 관련 문의를 하는 주식 투자자 중 다수가 알테오젠 덕을 봤다고 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 의사를 밝힌 이달 4일 알테오젠 주가는 9% 넘게 치솟았다.

알테오젠 현 주가(11월 14일 종가 44만1500원)는 주요 증권사가 책정한 목표주가를 대부분 넘어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알테오젠의 기술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부터는 알테오젠 기술이 탑재된 4개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모두 상업화한다”며 “4000억원 넘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13일 알테오젠 목표주가를 37만5000원에서 73만원으로 2배가량 상향 조정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에 대해 “이달 8일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1등 기업 다이이찌산쿄와 엔허투 ADC를 전 세계 최초로 SC로 전환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엔허투의 2030년 매출액은 20조원으로 예상한다”며 “유효성과 부작용 개선으로 매출액이 더욱 높아진다면 5% 이상의 로열티 수령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호재가 많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알테오젠을 필두로 한 바이오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직장인 배정훈(39)씨는 “방산·조선·바이오 등 최근 증권가에서 추천하는 유망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투자 심리가 개선된 바이오 업종에서 옥석을 고르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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