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트럼프의 ‘전쟁 중재’ 약속

여론독자부 2024. 11.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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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올 9월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전 세계가 대폭발을 일으켰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출했다. 그는 반전 후보를 자처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그의 가까운 친구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쟁을 신속히 끝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같은 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는 “우크라이나전은 시급히 끝내야 할 전쟁”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트럼프는 가자에서의 전쟁 역시 끝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올 4월 필자의 전 동료인 휴 휴잇과의 대담에서 그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회복해야 하며 더 이상의 인명 살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9월 토론회에서도 트럼프는 “전쟁을 신속히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지난 여름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대통령 취임일까지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독재자 및 정치적 동지와 거래하려는 트럼프의 위험한 열정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많다. 사실 민주당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트럼프의 발언을 조롱했다. TV 토론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향해 “민주주의에 관심을 두는 대신 독재자들을 숭배한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그에게 퍼붓는 전형적인 비난이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도대체 그는 무슨 수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신속하게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인가.

협상을 통해 공정한 우크라이나전 해법을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키이우의 공세가 중단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불가피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견했다.

이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화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조속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푸틴의 주머니 속에 갇힌 허깨비라는 인상 대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가 번영을 되찾도록 푸틴이 키이우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서독·핀란드·오스트리아는 모두 호전적인 이웃을 다독이기 위해 타협했고 그 결과 엄청난 번영을 이뤘다. 트럼프가 추구해야 할 최상의 목표는 종전 후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성공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러시아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만약 무언가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싶다면 협상 작업에 중국을 끌어들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개입을 절실히 원한다. 바이든 행정부도 베이징의 개입을 유도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을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테이블로 불러낸다면 두 정상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레바논과 이란에서 벌이는 전쟁을 끝내기는 훨씬 간단하다. 네타냐후는 당초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하마스는 군사적으로 궤멸 상태고 기세가 꺾인 헤즈볼라는 남부 레바논으로 퇴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보복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군 지도자들은 싸움을 끝낼 시간임을 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지도자들은 최근 워싱턴에 가자와 레바논에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그의 든든한 우군인 트럼프에게 대통령 취임 후 협상을 마무리할 기회를 선사하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IDF의 지도자들이 휴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은 조만간 끝날 것이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이 안보와 안정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을 주도록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트럼프 재임기는 여러모로 미국에 해로울 수 있고 선량한 시민들은 이런 위험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그가 지구촌의 평화를 이뤄낼 강력한 지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는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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