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불균형 걸고 넘어질라…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
수입 늘려 흑자폭 줄이기…가격 저렴·수입처 다변화 장점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우리나라의 대(對)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고관세로 상대국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최근 몇년새 크게 늘어난 대미 흑자폭을 줄이려는 궁여지책이지만 미국산 가스·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중동 의존도도 낮출 수 있어 협상 카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444억243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2364만 달러를 기록했던 걸 감안하면 3년 만에 2.6배 가량이 뛴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부과 카드까지 꺼내 들며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상대국 압박에 나섰다.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배경이 자동차 수출 훈풍에 기인하는 만큼, 억지로 수출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수출이 아닌 수입 규모를 키워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입 대부분이 에너지인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와 관련해 "우리의 경쟁력을 감안해 미국으로부터 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긍정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미 통상 리스크 대응 차원이 아니더라도 미국산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수입 비중을 늘리는 것은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셰일가스·오일 개발이 늘어나며 미국산 에너지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천연가스의 경우 권역별로 가격 지표가 상이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에 최근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 역시 커지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셰일가스·오일 시추 확대에 방점을 찍으며,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이 취임 즉시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행정명령에는 더 많은 석유·석탄·가스의 시추와 채굴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1배럴당 70달러 선이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배럴당 68.43달러로 비교적 가격이 낮았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국제유가는 중동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한 하향 안정세가 예상된다"며 "트럼프 정부 2기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정책도 유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걸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장기계약이 만료되며, 기존 수입처인 오만·카타르산 가스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계약 당시 중동산 가스를 비싸게 계약했는데 더 저렴한 미국산으로 대체될 경우 경제적인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셰일가스가 나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갔다"며 "장기계약을 맺을 당시는 중동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미국·호주산 등이 나오며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 수입을 늘릴 경우 수입처 다변화도 기대된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에 있어 중동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정부는 특정국을 고려해 수입처를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이 저렴하고 개발이 많아 물량이 많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특정국으로 살펴보는 건 아니고 LNG를 들여오기 위해 입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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