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사라져도 수능이 킬러라서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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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2025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났다.
윤석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시책에 따른 첫 번째 수능이다.
설사 킬러 문항은 사라져도 수능에 죽고 사는 실태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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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장강명·이서수·정아은 등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6800원
지난 14일 2025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났다. 윤석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시책에 따른 첫 번째 수능이다. 설사 킬러 문항은 사라져도 수능에 죽고 사는 실태는 바뀌지 않는다. 때마침 출간된 소설집 ‘킬러 문항 킬러 킬러’는 14명의 작가가 짧은 소설로 한국 교육 세계의 부조리를 파헤쳐 ‘존엄’이 희화화되고 왜곡되는 ‘현장’을 포착하려는, 이른바 ‘교육 소설 앤솔러지’다.
부를 좇아 12살에 의대 준비시키는 윤지네 같은 학부모를 담임 선생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비방한다. 어느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지, 같은 단지에 살더라도 자가인지 전세인지 학부모들은 엿보고 재느라 분주하다. 수연은 스스로 좀 다르다 생각한다. 아이 서빈은 환경운동에 관심 많다. 기특하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세계의 이목을 끌지 않을까. 영어 공부에 매진시키는 이유다. 재산은 상속 덕에 충분하다. “진정한 사교육이 무언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이 뭔지 모르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서빈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수연의 책임감은 자본으로 무장되고 서열화한 윤리다. 작가 이서수가 ‘구슬에 비치는’에 담은 현장이다.
킬러 문항이 없어진 대신 빠른 시간 많은 문제를 푸는 게 관건이 된 수능 탓에 집중력 강화제가 입소문을 타더니 “대치동에선 그 약을 구하지 못한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라는 농담이 돌았다”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강명의 표제작, 오직 내신을 위해 학교를 자퇴시키려는 부모와 그를 응원하는 학교 교사의 모습을 옮긴 이기호의 ‘학교를 사랑합니다: 자퇴 전날’, 그밖에 정아은·박서련·정진영·주원규·김현 등의 단편이 엮였다. 하여 문학의 현장은 답이 아닌 질문을 보게 한다. 2024년 교육 세계를 “슬프고 괴롭고 기괴하다” 감각시키고, 모순에 감응토록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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