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대신 콩과 밀·양파 이모작…소득 배가

유건연 기자 2024. 1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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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초 경북 구미에선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이는 논에 벼 대신 콩과 밀 또는 양파를 이모작해 수익을 배가하고, 콩과 국산 밀가루 가공·유통까지 도전하는 '경북형 영농 모델'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영숙)과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시범 운영한 결과 공동영농에 참여한 농가의 수익은 벼농사와 비교해 콩과 밀은 2배 이상, 콩과 양파는 5.8배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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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영농법인 ‘경북형 모델’ 선도
150농가 참여…전량매입 판매
농작업 대행·밀 제분공장 운영도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있는 샘물영농조합법인은 경북형 영농 모델을 구현하는 현장이다. 박정웅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이 10월초 준공한 국산 밀 제분공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0월초 경북 구미에선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경북 1호 국산 밀 제분공장 준공식’이다. 이는 논에 벼 대신 콩과 밀 또는 양파를 이모작해 수익을 배가하고, 콩과 국산 밀가루 가공·유통까지 도전하는 ‘경북형 영농 모델’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들판 한가운데 있는 샘물영농조합법인(대표 박정웅)은 경북형 영농 모델을 구현하는 주역이다. 농작업 대행뿐 아니라 생산한 농산물을 전량 매입한 후 가공해 판매하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5농가가 뭉쳐 2018년 설립한 샘물영농법인은 현재 150농가가 참여해 120㏊에서 콩과 밀·양파를 돌려짓기하는 이모작 영농 모델을 실천한다.

대체 작물 이모작은 박정웅 대표의 아이디어다. 회원농가들이 벼농사보다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영숙)과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시범 운영한 결과 공동영농에 참여한 농가의 수익은 벼농사와 비교해 콩과 밀은 2배 이상, 콩과 양파는 5.8배나 증가했다.

박 대표는 “벼농사로 한마지기(200평)당 40만원 정도 순익을 거두던 회원농가가 콩과 밀 이모작으로 10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다”면서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많은 농가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의 참여농가에 대해선 파종과 수확 등 농작업을 실비로 대행하고, 생산한 콩(대두·콩나물콩)과 밀은 전량 매입한다. 회원농가에게 사들인 콩은 국내 굴지의 콩나물 제조업체인 CJ에 납품하고, 콩 선별·포장 시설을 갖춰 소포장제품을 온라인 직거래로 연중 팔고 있다. 10월초엔 국산 밀을 전문적으로 제분할 수 있는 최신 시설까지 완비했다. 경북지역 최초의 제빵용 국산 밀가루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곳에선 올해 100t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연간 2000t 규모의 국산 밀가루를 생산한다. 2027년부터는 연간 1만4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도내 연간 밀가루 소비량 9만7000t의 14%에 달하는 양이다.

파종부터 농작업 대행, 매입, 가공, 유통까지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면서 회원농가는 2020년 20농가에서 올 10월말 기준 150농가까지 늘었다.

9917㎡(3000평)를 법인에 위탁한 김창욱씨(59·도개면 궁기리)는 “농촌 고령화가 심각한데, 위탁 영농은 물론 계약재배 물량을 전부 사들이고 가공해 판매한 후 추가 배당도 해주니 많은 어르신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법인은 2028년까지 구미 전역에 7개 거점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콩과 밀 이모작 농경지를 6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창업농이자 샘물영농법인 직원인 이현락씨(33·도개리)는 “농업·농촌에 기반이 없는 창업농의 경우 샘물법인처럼 기댈 언덕이 돼주는 곳이 필요하다”며 “토지 임차부터 영농까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없이 농업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미래가 유망하고 비전이 있는 젊은 농가를 발굴해 각종 보조금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바로 미래 한국 농업을 위한 투자이며 마중물”이라면서 “제2·제3의 샘물영농법인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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