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속 닻 올린 의협 비대위, 첫 과제는?

김규빈 기자 2024. 1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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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이냐 '협상'이냐 노선 고심…16일 운영위서 '향방' 결정
의대증원, 의료개혁, 여야의정협의체 등 현안 산적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형욱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수여받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1.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비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활동 기간이라고 해야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두 달도 채 안 되지만, 이 기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비롯해 그간 껄끄러웠던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그 토대를 구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직후 비대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현재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조직 구성에는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박 비대위원장은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탄핵으로 표출된 의료계 내분을 수습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대 교수 단체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으나,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온라인에서 여러차례 충돌했고, 결국 두 사람 갈등의 결말이 임 전 회장의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이를두고 미래의료포럼은 '위기 상황에서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드리는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분오열된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라며 "후배들은 여전히 힘들게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해지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직역별로 서로 헐뜯고 싸우기까지 하면서 의료계의 하나 된 목소리는 요원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아직도 상당수 전공의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고, 일부 몰지각한 회원들이나 사무장 병원들은 사직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만 취급하며 말도 안되는 근무조건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경제적 지원과 일자리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다음달까지 활동이 예정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여부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에서 연일 의료계를 향해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매주 두 차례씩 회의를 여는 등 속도감있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협,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마음을 열고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해 주기를 거듭 요청드린다"며 "정부도 의료계 제안내용에 대해 다양한 방안들을 진정성 있게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을 지지한 전공의, 의대생들이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인만큼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불참으로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협의체는) 무의미하다"고 작성한 바 있다.

연일 속도가 붙는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의협 비대위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16일 운영위를 열고 향후 대정부 투쟁 방향, 운영 방향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상' 대신 '강경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선 직후 일성으로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의료 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긴 어렵다"면서 "정부가 시한폭탄을 먼저 멈춰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 의협 대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에 전공의, 의대생의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고 한만큼 '협상' 대신 '투쟁'으로 노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의료계도 직역이 여럿 나뉘어 있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을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또한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감축을 위한 '정시 추가 합격 제한' 등을 비롯해 의협 등 의사 단체가 포함되지 않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의 일시중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의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보건복지분야 주요 성과 및 향후 브리핑'에서 다음달 중으로 비급여, 실손보험 개편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대학병원으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 2차급 종합병원에 수가 인상 등을 지원하고, 심뇌혈관, 소아, 외상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2차 병원 육성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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