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 쉬라즈, 한식과 케미… 연말 '남호주 와인' 어때요 [Weekend 와인]
호주 와인의 절반을 생산하는 지역
다양한 기후·토양으로 풍미 뛰어나
세계 최장수 쉬라즈 포도나무 보유
후추 같은 매콤함과 농후함이 특징
간장찜닭·불고기 등과 페어링 최고
"화이트와인 리슬링, 혼술하기 좋아"
소비뇽블랑·샤르도네 등 적극 추천
지난 6일 푸드칼럼니스트이자 와인 전문가인 양진원 와인강사와 이정인 소믈레의 진행으로 '남호주 와인 &푸드 토크 콘서트'가 서울 탭샵바 도산대로점에서 열렸다. 이날의 이벤트는 남호주 주정부가 탭샵바와의 협업으로 남호주 와인의 저변확대를 위해 기획됐다. 이번 행사는 오는 17일까지 탭샵바 4개 점포인 △동대문두타점 △청계점 △도산대로점 △여의도점에서 동시 진행된다. 특히 남호주 와인 브랜드 29종을 최대 24%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남호주엔 '올드와인' 있다
남호주의 올드 와인은 호주 와인 문화에서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35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포도를 '올드 와인'이라 부른다. 포도나무의 수령이 많을수록 와인의 풍미와 깊이가 뛰어나다고 여겨진다. 남호주는 포두 뿌리를 파괴하는 병해중인 '필록세라'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장수 포도나무가 많다.
양진원 칼럼니스트는 "남호주에서 호주 와인의 50%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며 "호주 대륙은 거대하지만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단 두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보다 적은 양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호주는 기후가 다양하고 토양도 석회질 점토 등 종류가 많다"며 "포도의 품종도 많고 와인의 스타일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올드와인을 정의하는 엄격한 기준은 없지만 남호주의 바로사 밸리 지역에서는 '올드와인 챕터'라는 자체 기준을 가지고 있다. 70년 이상된 올드와인은 '서바이버(생존자)', 120년 이상된 것은 '엔세스터(조상)'라고 부르는 식이다.
나이가 많은 포도나무인 '올드바인'은 어린 포도나무보다 포도 알갱이가 작고 껍질이 두꺼운 포도를 생산한다. 껍질이 두꺼워 숙성 시간이 길고, 당도와 산미도 적당해 좋은 와인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남호주의 바로사 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쉬라즈 포도나무가 있는 곳으로 1840년대에 식재된 포도나무가 존재한다. 이곳의 쉬라즈는 농후하고 스파이시한 특성을 갖는다.
이정인 소믈리에는 "남호주의 쉬라즈는 프랑스 론지역의 쉬라즈와 다르게 후추 같은 매콤한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며 "간장 찜닭, 불고기 같은 한식과도 잘 어울리고 매콤하고 달콤한 제육볶음과도 함께 먹길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르고뉴와 미국의 화이트 와인의 경우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남호주의 소비뇽 블랑, 리슬링 같은 경우는 아주 훌륭한 대체재"라고 덧붙였다.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마치 연애처럼
이날 토크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남호주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과의 페어링이었다. 약 40명의 미디어·인플루언서 및 탭샵바 고객은 두 와인 전문가의 진행으로 남호주 와인 산지의 특징과 주요 와인 스타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를 직접 시음했다.
시식 메뉴로 선보인 조합은 △그릴드 오이스터 & 그랜트 버지 쏜 에덴 밸리 리슬링 △바질 크림 파스타 & 위라위라 하이딩 챔피언 소비뇽 블랑 △토마토 블루베리 부라타 & 집집락 샤르도네 △트러플 바질 짜장라면 & 펜리 이스테이트 톨머 카베르네 소비뇽 △그릴드 갈릭 까망베르 & 펜폴즈 쿠능가 힐 쉬라즈 카베르네 등 다섯 가지였다.
첫 페어링 와인은 독일이 원산지인 청포도(화이트) 와인이었다. 와이너리인 그랜트 버지는 남호주 바로사 지역에서 역사가 깊은 터줏대감 같은 와이너리다. 이 소믈리에는 "리슬링은 안주 없이 넷플릭스를 보면서 혼자 마셔도 부담없는 술"이라며 "주유소에서 기름 뚜껑을 열때 나는 페트론향이 나고 드라이하며 산미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적당하게 불향을 입히고 치즈를 살짝 곁들인 굴을 먹고 상큼하고 깔끔한 리슬링으로 입을 상쾌하게 헹구니 바로 입안이 초기화 됐다.
두 번째 페어링은 바질 크림 파스타와 화이트 와인인 소비뇽 블랑이었다. 양 칼럼니스트는 "위라 위하 하이딩 챔피언은 소비뇽 블랑의 정석 같은 느낌이 든다"며 "기계 수확을 통해 안정적이고 산도가 좋으며 밸런스가 잘 잡힌 수작"이라고 평했다. 특히 크림 파스타에 겻들여진 바질의 초록한 맛이 화이트와인의 서늘함과 잘 어울렸다.
이어진 토마토 블루베리 부라타는 풍부하고 고소한 부라타 치즈와 화이트 와인의 깔끔함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 소믈리에는 "남호주 샤르도네는 향을 맡고 마시면 가장 먼저 '순수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최근 지구 온난화로 순수한 샤르도네를 만드는 와이너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남호주는 아직 선선한 기후로 순수한 샤르도네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트러플 향을 더하고 수프에 바질을 더한 짜장라면이었다. 트러플 오일의 진한 향이 자칫하면 느끼할 수 있었지만 레드와인의 묵직한 맛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양 칼럼니스트는 "다른 지역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면서 '블렌딩의 마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완숙이 안 돼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호주는 100% 카베르네 소비뇽이 많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조합은 달콤한 맛을 더하고 살짝 구운 그릴드 갈릭 까망베르 치즈와 레드와인이었다. 앞서 가벼고 부드러운 맛의 부라타 치즈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렸다면 훨씬 더 묵직하고 고기 같은 맛이 있는 까망베르 치즈는 레드와인과 딱 맞는 궁합을 보여줬다.
이날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와인과 음식의 푸드 페어링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심많은 기자에게 푸드 페어링이란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고, 와인의 프로들은 그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맛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것이 이날의 교훈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여러가지 모습으로 연애하는 것처럼 와인과 음식도 각각의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화학반응)이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피치니 와이너리 로렌조 베코니 수출담당자는 "와인과 음식의 조합인 페어링은 '과학'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취향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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