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영 마가’… 美 주류 뒤집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1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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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선주의 강경파, 트럼프2기 주도
게이츠 법무장관(왼쪽),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 시간) 법무장관에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42·플로리다)을,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털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43)을 지명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상에 투철한 40·50대 충성파들이 중용되면서 이른바 ‘영 마가(Young MAGA·젊은 마가 지지자들)’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주도할 전망이다.

게이츠 의원은 28세에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4선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공화당 강경 보수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에서 초강성 친(親)트럼프 의원 모임인 ‘마가 스쿼드(squad·분대)’를 주도해 왔다. 개버드 전 의원은 21세에 최연소 하와이주 하원의원에 선출돼 4선 의원을 지냈다. 미군의 해외 분쟁 개입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며 공화당에 입당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40세인 J 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국방장관에는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44), 유엔 대사에는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40),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엔 비벡 라마스와미(39)를 발탁했다.

현재까지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을 결정한 백악관과 내각 인사 18명의 평균 나이는 47세다. 같은 직위의 조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의 평균 나이(60.8세)보다 13세 정도 어리다. 이는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고령 장성 출신들을 중용했던 트럼프 1기와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신봉하는 젊은 강경파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주요 공약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 주류 정치를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캐럴린 레빗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와 ‘마가’ 기조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폭스뉴스에 밝혔다.

‘평균 47세’ 트럼프 2기 주류 교체… 워싱턴 정치문법 바꾼다

[트럼프 재집권]
‘영 MAGA’ 트럼프 정부 주도
국방-법무-정보국장 40대 파격지명… 기득권 정치-공룡 행정부 수술 의지
게이츠, 법무부 불태울 토치로… 헤그세스, 軍개혁 강력 추진 전망
트럼프 키즈로 ‘퇴임후 대비’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파격 인사로 미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추가 될 요직에 국정 경험이 적은 40·50대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승리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지지 세력을 주류로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는 판단 아래 젊은 충성파 인사들을 적극 지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룡’이라 불려올 만큼 거대하고, 능동적이지 못했던 미 행정부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증이 제대로 안 된 인물들의 과감한 발탁에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극단적인 대치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영 마가(MAGA)’의 부상

트럼프 당선인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 정치인들을 차기 내각의 요직에 발탁한 것은 대선 후보 러닝메이트였던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때부터다. 40세인 밴스 당선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를 등에 업고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2년 만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차기 내각 인선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40세인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을 국무위원인 유엔 대사, 44세의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환경보호청장에 지명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맷 게이츠(왼쪽), 털시 개버드.
특히 국방장관에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44), 법무장관에 맷 게이츠(42),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43)을 임명한 건 ‘파격 중 파격’으로 평가받는다. 헤그세스의 경우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그간 장성급 장교 출신이 맡았던 국방장관을 맡게 됐다. 또 게이츠는 하원 법사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제외하면 법무 행정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과 94개 연방검찰청을 이끄는 법무장관이 됐다.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미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DNI 국장에 지명된 개버드 역시 주방위군 장교 출신이며 하원의원을 지냈지만 정보기관 업무를 맡은 적은 없다.
댄 스커비노, 제임스 블레어, 테일러 부도위치(왼쪽부터).
백악관 보좌진도 50세 이하가 주류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67세지만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50), 댄 스커비노 부비서실장(48), 스티븐 밀러 정책담당 부비서실장(39), 제임스 블레어 입법·정치·공공업무 담당 부비서실장 등은 모두 50세 이하다.

● 공화당 주류를 트럼프 세력으로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 당선인 내각 인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 등과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직후인 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들을 중용한 건 워싱턴 기득권 정치에 강한 반감을 보이는 강경파로 부처 내부의 반대와 정치권의 우려에도 과감하게 ‘미국 우선주의’와 핵심 공약 실현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같은 연륜을 갖춘 검증된 인사를 기용했지만 잦은 갈등을 경험한 것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2기 행정부에선 처음부터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부처를 이끌고,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백악관과 내각 전반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3일 NBC 전화 인터뷰에서 게이츠 발탁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법무부를 불태우길 원한다”며 법무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편이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게이츠는 불을 붙일 블로토치(Blowtorch)”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를 끝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헤그세스에 대해서도 그가 강한 군 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지지 청년단체인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대표는 “헤그세스는 위기에 처한 미군에 과감하고 단호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된 국방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헤그세스가 미군에 대한 낙태 지원 등 군내 진보 성향 정책을 집중적으로 손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군대 내 진보 성향 고위 인사들을 축출시키는 것을 지지한다.

취임하면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른바 ‘트럼프 키즈’를 발탁해 공화당 주류를 미국 우선주의 세력으로 바꾸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통해 퇴임 이후에도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파괴적일 수 있으며, 미국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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