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심참모들도 “中 대응위해 韓과 조선 협력”

변종국 기자 2024. 11.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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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왈츠 등 주요직 내정자들
‘조선업 동맹’ 강조, 업계 기대감 확산
HD현대重-한화오션 등 수주 청신호
日도 수리-개조-정비서 美진출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참모들이 “미국의 쇠락한 해양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협력을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4월 공동 집필한 ‘국가 해양 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다툼 등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하면 동맹국이나 협력 파트너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해상 운송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공해를 점점 더 장악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해양 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조선·해운 분야에서 동맹국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애기다. 이렇게 하면 동맹국들과 조선업 공급망을 만들어 미국 조선업 재건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과 조선 협력을 강조한 인사를 외교 안보 핵심 자리에 배치한 것도 한미 조선 협력 강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해군이 9월과 11월 연달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한국 기업인 한화오션에 맡긴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왈츠 의원은 지난달 28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개최한 대담에서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미국과 조선 산업에서 협력하게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국가였다. 하지만 이후 투자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의 빈자리는 한국 일본 중국이 메웠다. 미국은 현재 연간 5척 미만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지만, 중국은 그보다 300∼400배 많은 연간 1700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2022년 기준 734척, 일본은 587척이다. 중국이 연간 절반 이상의 선박을 쓸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의 선박 수주 점유율은 0.2%가 채 안 된다. 조선업 인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15만 명 정도가 선박 생산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중국은 3배 가까이 많은 60만 명이 조선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한때 400개가 넘던 미국 내 조선소는 현재 20개 수준으로 줄었다.

미 조선업의 붕괴는 미 해군에도 큰 타격을 줬다. 미국 의회가 8월 발표한 ‘중국 해군 현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은 278척의 함정을, 중국은 400척의 함정을 보유하게 된다. 2030년에는 함정 보유 대수가 미국 294척, 중국 425척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빠르게 고품질 선박을 만들어 내는 역량이 뛰어나다. 우수한 생산 및 정비 능력을 갖춘 인력도 많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으면서 미 군함 정비 자격까지 획득한 상태다.

다만 일본도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이 4월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생산과 설계 등 종합적인 면에서 한국은 88.9점으로 일본(83.1점)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선박의 수리·개조·정비를 포함하는 애프터마켓(AM)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점수는 지난해 동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 이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본은 보유 선박 수가 한국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선박이 많다 보니 이를 정비하는 능력도 발달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요코스카시에 미 해군 기지가 있고, 섬나라라는 특징 때문에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도 안정적인 선박 정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이 미국 조선업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다방면으로 보여줘야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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