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5개월만에 ‘4만 전자’… 반도체 공급망 덮친 ‘트럼프 스톰’

박현익 기자 2024. 11.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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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삼성전자 시총 300조원도 무너져… 트럼프 당선후 1주새 13.2% 급락
美 관세인상땐 韓-中-대만 연쇄타격
“칩 가격 올라 美테크산업에도 영향”
삼성전자 주가가 결국 4만 원대로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시가총액 300조 원도 무너졌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5.41% 급락했고, 대만 TSMC 주가는 2.64%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트럼프 스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무력화시키고,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얽히고설킨 반도체 공급망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당선 후…삼성 13%-하이닉스 12% 급락

14일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4% 떨어진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7일(5만7500원) 대비 13.2%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으로 줄곧 약세를 보여 왔지만 이달 들어 급격한 하락폭은 ‘트럼프 스톰’ 불확실성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 주가도 7일 대비 12.4% 하락했다.

한 반도체 대기업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을 통제하면 글로벌 반도체와 테크 시장 전반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트럼프 스톰 영향권에 든 상태다. 13일(현지 시간)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 하락하며 마감했다. 7일 5,333.99에 장을 마친 것과 비교하면 13일 5,006.29로 6.1% 급락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지수는 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묶어 산출한 지표로 브로드컴, AMD,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으로 구성됐다. 대만 TSMC나 미국 퀄컴, 마이크론도 최근 5거래일 동안 각각 5.09%, 11.07%, 11.19% 내렸다.

● 반도체 공급망 혼란 확산

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미국발 관세 인상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동아일보가 유엔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각각 31.4%, 16.1%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12.3%, 한국 9.3% 순이었다.
수치만 봤을 때 관세 부과 시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과 중국이 전(前) 공정을 맡아 대만에 공급하는 구조라 모두가 영향권에 든다. 중국에서 보내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파운드리 및 패키징(조립) 등 후공정 전문으로 반도체 최종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 제조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미국 엔비디아 칩 가격이 오르고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도 크게 가중된다. 테크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모바일, 컴퓨터 등 전자기기 시장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옴 글로벌데이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테크 전문지 버딕트에 “포괄적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글로벌 전반의 칩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터진 공급망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미국이 자국 내 일본 반도체를 견제하기 위해 내놓았던 가격 규제는 IBM, HP 등 주요 컴퓨터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1991년 가격 규제 조항이 삭제됐지만 5년 동안 일본 반도체가 한국과 대만에 밀리는 계기가 됐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제조 공급망은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세나 수출 규제는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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