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부딪쳐 보고 싶다…세계의 벽에"

전영민 기자 2024. 11. 1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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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회말 1사에서 솔로홈런을 친 김도영

지난 200년 이후 박재홍 이후 올해 24년 만에 국내 선수 30홈런-30도루(시즌 38홈런-4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벼랑 끝의 대표팀을 구해냈습니다.

김도영은 타이완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쿠바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팀이 2대 0으로 앞선 2회말 2아웃 만루에서 타석에 등장했습니다.

김도영은 흔들리던 쿠바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높은 초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포를 작렬했습니다.

딱 하는 경쾌한 타구음이 들린 순간, 쿠바 좌익수가 쫓아가는 걸 포기했을 정도의 타구였습니다.

김도영의 성인 국가대표 첫 홈런입니다.

프로 선수가 주축이 된 야구대표팀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회와 5회 나란히 만루홈런을 친 박건우(NC 다이노스)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후 우리나라 타자가 친 첫 만루홈런입니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해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등극한 선수입니다.

김도영의 KO펀치 한 방에 무너진 모이넬로는 3회 시작과 동시에 유스니엘 파드론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김도영은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뒤 과감하게 2루까지 질주해 장타력은 물론 빠른 발까지 자랑했습니다.

7회말에는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파벨 에르난데스 브루세의 초구를 잡아당겨 또 왼쪽 담을 훌쩍 넘겼습니다.

앞서 7회초 쿠바에 1점을 내줬던 한국은 김도영의 이 경기 두 번째 홈런으로 다시 8대 1로 점수를 벌렸습니다.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도영의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입니다.

이날 톈무 구장에는 소프트뱅크 에이스 모이넬로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들이 찾았는데, 이들은 모이넬로를 보러 왔다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김도영의 놀라운 플레이만 잔뜩 눈에 담고 갔습니다.

김도영은 "정말 (일본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 할) 공으로 보이더라. 1회 타석에서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대표팀 합류 직후에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고생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오늘은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매 타석 집중했다"면서 "남은 경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중요한 경기만 남았다. 이 타격감이 유지됐으면 한다"고 바랐습니다.

조별리그 1승 1패를 거둔 한국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15일) 오후 7시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3차전을 벌입니다.

일본은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곤스)가 선발로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데 평균자책점 1.88의 모이넬로가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이 부문 1위라면, 평균자책점 1.38의 다카하시는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입니다.

김도영은 "일본전도 선발 투수가 무척 좋다고 들었다. KBO리그 톱 클래스 선수와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석에서 제가 신경 쓸 것만 하겠다고 생각한 오늘이랑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도영은 "일단은 부딪쳐 보고 싶습니다. 세계의 벽에"라는 말을 남기고 대표팀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전영민 기자 ym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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