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영선 구속…‘공천개입 의혹’ 수사 급물살 전망

법원 "명태균과 김영선, 증거인멸 우려돼 구속영장 발부"
전담팀 꾸려 수사력 집중해 온 검찰…明·金 신병 확보 성공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왼쪽)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력을 집중해 온 검찰이 피의자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창원지법 정지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창원교도소에 대기하다가 그대로 수감됐다.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6·1지방선거 고령군수 예비후보자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앞서 명씨 변호인이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닌 대여금이고, 후보자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절실하고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도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명씨와 김 전 의원은 증거인멸이 염려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서 "후보자들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로부터 지난 2022년 8월 부터 지난해 11월 사이 16차례에 걸쳐 세비 762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명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하면서 조사비용 3억7000여만 원이 발생했는데, 이를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대가로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보자들도 공천을 받고자 사실상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에 각각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지난 10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증거인멸 정황은 검찰 수사를 통해 수 차례 확인됐다.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영장에는 명씨가 "6개월마다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진술하다가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3개와 USB 1개를 보유하고 있던 사실이 들통나자 "휴대전화를 아버지 산소에 묻었다" "다 불태우러 간다"는 등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고 적시했다. 또 자신이 구속되면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해 추가 증거인멸 의심 우려도 낳았다.

김영선 전 의원은 경남선관위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가 접수되자 그즈음부터 수시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모친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강씨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가족과 변호인 등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잠적하면서 한때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피의자 구속 기간은 최대 20일로, 그 전에 기소하는 게 통상적이다. 신병도 확보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도 일정 조율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이들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까지도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에 대한 혐의는 거의 소명됐다"면서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이 많은데 모두 참고하고 있고 범죄가 될 만한 사안인지 살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