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PPI 주목·빛바랜 '레드 스윕'·랠리 정체…보합 출발
(뉴욕=연합뉴스) 김 현 연합인포맥스 통신원 = 뉴욕증시는 신규 물가 지표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하면서 약보합세로 출발했다.
2024 미국 대선이 공화당의 '완승'으로 마무리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감세·규제 완화 정책 기조가 힘을 받게 됐지만 '트럼프 랠리'는 정체 양상을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30분 현재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25포인트(0.01%) 내린 43,954.91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45포인트(0.11%) 낮은 5,978.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6.00포인트(0.19%) 밀린 19,194.72를 각각 나타냈다.
3대 지수는 전날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한 바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제기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 무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도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좌우할 고용·물가 지표에 주목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한 주간(3일~9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7천 명으로, 직전주 대비 4천 명 줄어들었다. 연합인포맥스의 시장 예상치(22만3천 명)를 밑돌면서 6개월래 최저 수준을 보여 노동시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하며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그러나 상승폭이 전월 대비 확대돼 불안을 안겼다.
전날 발표된 10월 CPI도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호를 준 바 있다.
2024 미국 대선은 공화당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주류 언론들은 전날, 공화당이 백악관과 연방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모두 석권하면서 소위 '레드 스윕'(Red Sweep)을 달성한 것으로 확정·보도했다
이날 현재 AP 집계에 따르면 공화당은 하원 전체 의석 435석 가운데 과반 이상인 218석(민주 208석)을 확보하며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앞서 마무리된 상원 의원 선거에서도 53석을 이겨 다수당 지위를 4년만에 되찾았고,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경합주 7개 주를 모두 이겨 선거인단 312명(민주 후보 카멀라 해리스 226명)을 확보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시장이 기대하던 '레드 스윕'(Red Sweep)이 달성됐으나, 인플레이션 우려에 빛이 바랬다.
이날 종합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 디즈니는 기대를 웃돈 분기 실적을 내놓고 주가가 8% 이상 급상승했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부의 강력한 성장이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2%대 뒷걸음했다.
명품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베르사체 등을 소유한 카프리와 코치 모기업 태피스트리의 85억 달러 규모 합병 계획이 독점 규제에 막혀 결국 무산된 후 두 업체의 주가 향방은 엇갈리고 있다. 카프리는 1%대 밀린 반면 태피스트리는 12% 이상 급등했다.
회계 부정 논란 속에 주가 폭락세를 겪으면서 상장 폐지 위협까지 받고 있는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관련 당국이 요구하는 회계 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기한 후 주가가 7% 이상 더 떨어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2030년 실적 목표를 제시한 후 주가가 5% 이상 뛰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은 상승세, 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는 이날 나온 PPI 헤드라인이 시장 예상치와 같았으나,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잠재적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합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페인 캐피탈 매니지먼트 수석 자산 자문가 코트니 가시아는 "시장에 좀 더 많은 확실성이 생기길 기다리며 현금을 쟁여두고 있는 투자자들을 고려하면, 증시는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랠리가 금세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이드라인에 놓여있던 자금이 새로 투자되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는 여타 종목들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가운데 이날 장 마감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예정돼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개장 후 1시간여 지난 현재 연준이 오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 추가 인하할 확률은 75.7%, 현 수준(4.50~4.75%)에서 동결할 확률은 24.5%로 반영됐다. 동결 가능성이 6.8%포인트 높아지고 25bp 인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유럽증시는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1.33%, 영국 FTSE지수는 0.48%, 범유럽지수 STOXX600은 1.01% 각각 올랐다.
국제 유가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73% 높은 배럴당 68.93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내년 1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0.76% 오른 배럴당 72.83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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