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 모호·내용 비공개 ‘거수기 전락’

김영준 기자 2024. 11. 1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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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유명무실 논란 스포츠공정위
지난 13일 스위스 출장에서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인터뷰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뉴시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체육 단체 임원 연임을 승인하고 포상·징계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 스포츠공정위가 지난 12일 부정 채용·금품 수수 등 여러 비위 혐의를 받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을 승인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스포츠공정위 구성원 15명은 전부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 애초부터 사실상 ‘셀프 심사’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예상대로 이 회장 3선 출마를 허가했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 등 임원은 4년 임기를 마친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그 이상 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심의 대상자 ‘재정 기여, 주요 국제 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 연임 제한 예외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심사 기준은 이와 다르다. 임원·선수·지도자 징계 건수 등 단체 운영 건전성(10점), 이사회 참석률(15점), 종목·지역 체육 발전 비전 제시(20점), 윤리성·청렴도 제고 방안(15점) 등이 주요 항목인데 이는 연임 제한 예외 규정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더 큰 문제는 지표에 근거해 점수를 매겨도 연임 승인 여부를 정하는 기준 점수가 없다. 점수가 낮아도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연임을 의결할 수 있는 구조다. 심의 내용이나 참석자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밀실 심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이 회장 연임 승인도 어떻게 왜 승인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 심사에서 정의선 양궁협회 회장보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평가 점수가 더 높아 뒷말을 낳은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공정위 심의가 비교적 까다로웠지만 이 회장 취임 후 느슨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스포츠공정위가 임원 연임을 신청한 대상자 중 연임을 허가한 비율은 이 회장 취임 전인 2016년 22.2%(당시 연임심의위원회, 153건 중 34건 승인)에서 취임 후인 2017년 94.2%로 급증하더니 이후 6년(2017~2023년)간 91.6%(239건 중 219건)를 기록했다.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인 김병철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2019년 위원장 선임 직전까지 이 회장 특별 보좌역으로 활동하면서 월 300만원가량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정병택(변호사) 위원은 과거 조계종 총무원 변호사로 일했다. 이 회장이 조계종 신도회장 출신이다. 조계종은 최근 이 회장 비위 수사에 대해 “망신 주기”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 밖에 경찰 출신 김희석 전 한화 상무, 윤병철 변호사, 허상구 변호사, 김민정 외대 교수, 최종균 선문대 교수, 허현미 경인여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장 심의 의결을 회피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 선임 권한이 있는 대의원 총회가 규정에 맞게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으며, 위원 추천위원회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후 위원들을 선임했다“면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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