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데 돈 많이 든다고요?… 더 많은 걸 받게 돼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세 자녀 키우는 김지현·권이삭 부부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가. 부부와 만나기로 한 집 주소를 찾아가 보니 ‘장애 아동 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지현(32), 권이삭(34)씨 부부는 이 건물 3층에 살고 있었다. 남편 권씨는 “모친이 원장으로서 21년째 아픈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했다. 권씨는 어린이집 맞은편 건물에서 장애인들의 운동 치료를 돕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웃었다.
이 부부가 처음부터 아이 셋을 낳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자녀가 많은 집에서 컸다. 권씨는 누나가 둘이고, 김씨는 언니가 넷이었다. 좋은 기억은 많았지만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부부는 “남들처럼 여행 다니고 카페 가서 커피도 마시면서 신혼을 즐기고 싶었다”며 “성별 상관없이 둘만 낳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첫째 아들 루야(8)와 둘째 아들 루호(7)를 낳은 후 권씨는 정관수술까지 받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셋째 딸 루은(4)이가 생겼다. 부부는 처음엔 너무 놀랐다. 권씨는 “병원을 찾았더니 산부인과 의사가 10년 만에 한 번 나올 케이스라고 하더라”며 “처음엔 멍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우리에게 올 운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 김씨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가 많으면 행복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잘한 생각”이라고 했다.
김씨가 막내 루은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데엔 남편 권씨의 ‘내조’도 큰 역할을 했다. 김씨는 “남편이 첫째와 둘째 놀아주는 것부터 이유식 만드는 것 등 모든 육아를 도와줬다”며 “아이를 처음 키울 땐 안아주는 것도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남편은 뭐든 ‘내가 해볼게’ ‘내가 할 수 있어’라는 자세로 임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아이 셋을 낳고 키운다고 하니 부부보다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더 컸다. 경제적 부담 등을 거론하며 ‘그게 가능해?’라고 묻는 이가 많았다. 부부는 세 아이를 키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건 맞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TV에 연예인들이 육아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면서 어떤 편견이 생긴 것 같다”며 “양육의 질을 돈과 비례해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아이들 교육 이야기로 대화가 옮겨가자 부부의 눈빛이 바뀌었다. 김씨는 “아이의 교육은 결국 부모가 어떤 관점으로 아이를 대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어떤 양육이 좋은 양육인지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고 기회가 있으면 남들에게 배우려는 편”이라고 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 곁에서 아픈 아이를 돌본 게 자녀 육아에도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권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이를 가르치는 직업이니 아이들을 더 엄격하게 대해야 하는 면이 있다”며 “장애 아이와 비장애 아이를 훈육하는 데 차이도 있어 저 자신도 육아하며 배운 면이 많다”고 했다.
루야와 루호는 학원은 태권도장만 다니고, 집에 돌아오면 부모와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한다. 권씨는 “어릴 때는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해 그런 쪽으로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씨는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전에 익힐 수 있는 사회성이나 학습 습관을 형성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부부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야외 활동을 하기 위해 미리 인터넷 검색 등에도 공을 들인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추억을 만들고 교육 효과도 있는 곳을 엄선한다는 얘기다. 권씨는 “입장료가 싼 곳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터가 되는 곳이 많아 선별하는 데 시간을 꽤 할애한다”며 “최근엔 온 가족이 수원 화성의 미디어아트 쇼에 다녀왔다”고 했다.
장애인 운동 치료 센터를 운영하는 권씨의 수입은 중견기업 직장인 월급 정도. 권씨는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교육 방식에 관심이 많고 좀 더 아니까 교육비가 덜 들어가는 건 있다”면서도 “돈 때문에 아이를 못 키운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도 두 아이를 낳은 뒤 유아교육을 공부해 보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부부는 아이들이 부쩍 커버리는 게 아쉬우면서도 대견하다고 했다. 첫째 루야는 동생들을 지키는 씩씩한 맏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난감 정리와 방 청소, 빨래 접는 것도 도와준다. 루호와 루은이도 형, 오빠가 하는 걸 곧장 따라 한다. 첫째와 둘째가 막내를 돌보는 데도 열심이다. 뭐든 동생에게 곧잘 양보해준다. 부부는 “아이들을 키워보면 부모의 희생보다 더 많은 걸 받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며 “양육은 어른으로서 한번은 꼭 경험해 봐야 할 과정 같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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