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한국 유망 작가 지원 “늘 새로운 예술이 태어났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20회 맞아 방한
김범·서도호·박찬경·구정아... 지금 한국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이 작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Hermès Foundation Missulsang)’ 수상 작가라는 이력이다. 지난 2000년 에르메스가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1회 장영혜부터 20회 김희천까지 배출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작가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미술상 20회를 맞아 최근 방한한 올리비에 푸르니에 에르메스재단 이사장은 “미술상 수상 당시 촉망받던 젊은 작가들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거장으로 성장해서 기쁘고 뿌듯하다”며 ‘미술상’이라는 세 음절 한국어를 또박또박 발음했다. 상 이름이 한국어 단어를 그대로 쓴 ‘Missulsang(미술상)’이다. 그는 “24년 전만 해도 한국의 현대미술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창의력 넘치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젊은 작가들이 보다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창작의 자유를 북돋워주고 싶다는 것이 당시 장 루이 뒤마 회장의 뜻이었다”며 “에르메스에서 장인들이 만드는 오브제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창작의 자유”라고 했다.
에르메스재단이 미술상을 제정해 작가를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를 봤다”며 “그동안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36명의 작품을 모았는데, 그중 10명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이거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가들이어서 더 반가웠다”고 했다. “미술상의 심사 기준은 24년간 한결같았다.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잘 보여줬는지, 그리고 얼마나 새로운 작품인지, 대중을 얼마나 놀랍게 한 작가인지가 중요하다. 에르메스가 긴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재단은 현대미술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 후원도 꾸준히 해왔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함께 궁궐 전각을 정비하고 집기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덕수궁 함녕전, 즉조당에 이어 올해는 경복궁 사정전 내부 기물을 장인의 손길로 재현했다. 그는 “한땀 한땀 빚어내는 기술, 장인에 대한 존중이 에르메스의 역사이고 자부심”이라며 “전통과 현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장인들의 손기술과 정신을 되살려 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에르메스가 걸어온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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