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잊은 ‘50년 차 디바’… “콘서트는 처음이랍니다”
“사진은 찍지 말고 나이는 묻지 말아주세요.” 가수 윤시내가 인터뷰 요청에 내건 두 조건이다. 26년째 매주 토요일 무대에 서 온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 ‘윤시내 열애’에서도 이 규칙은 적용된다. 윤시내가 “열애의 주인”으로 소개받으며 이 무대에 오르면 장내 관객들은 사진 촬영을 멈춰야 한다.
최근 이 카페에서 만난 윤시내는 “무대에서만큼은 아름답게, 잘 갖춰진 모습을 우선 보여드리는 것이 가수의 사명”이라며 말했다. “어차피 제 나이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요. 다만 일부러 나서서 상기시키고 싶진 않은 거죠.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세월로부터 자유롭고 싶거든요.”
평생을 노래하는 ‘디바’로 살아온 그가 23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활동 50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 주제가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이장희 작곡)’로 데뷔할 때 순진무구한 소녀의 목소리로 대중을 홀렸고, 1980년대에는 쩌렁쩌렁한 불꽃 창법으로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왜 콘서트는 늦깎이 데뷔일까. 윤시내는 “매주 설 무대가 있으니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어느 지역 행사에 함께 참여한 한 후배 가수가 나를 잘 모르더라”며 “이대론 안 되겠다, 더 큰 무대에 서야겠다 싶었다. 16명 무용수에 밴드까지 아주 화려하게 선보일 것”이라며 웃었다.
윤시내는 타고난 음색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였다. 1975년 노래 ‘새야 날아봐’로 미8군에서 활동할 때도, 당대 청춘의 성지였던 음악 클럽 명동 ‘오비스캐빈’에 설 때도 독특한 음색이 화제였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마리아’를 끝내주게 부르는 신인으로 팬을 끌어모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연이 닿은 최종혁 작곡가가 써 준 노래 ‘공연히’로 1978년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수상했다. 당시 헤어스타일인 일명 ‘클레오파트라 머리’가 전국 미용실에서 인기를 끌었다. 정작 본인은 “미용실이 아닌 집에서 직접 머리를 땋아서 구불구불하게 만든 뒤 자른 머리”라고 했다. 이듬해 고(故) 배경모 작사가가 암 투병 중 아내에게 쓴 사랑 편지에 최종혁 작곡가가 음을 붙인 ‘열애(1979)’는 “윤시내라는 가수를 현실에 존재하게 만들어준 노래”가 됐다.
윤시내는 최근까지도 여러 도전을 이어왔다. 지난 3월 자신이 좋아하는 12곡의 팝송을 리메이크해 ‘윤시내의 POP’을 발매했고, 2022년 독립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선 직접 윤시내 역을 연기했다. 영화 줄거리는 공연을 앞둔 윤시내가 갑자기 잠적한다는 내용. 윤시내는 “현실 속 윤시내는 절대 그럴 리 없다. 영원히 무대에 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체중계에 올라 46kg인 걸 확인했다. 조금만 무게가 늘어도 무대 의상에 넣는 팔의 느낌이 달라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수에겐 무대가 없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에요. 그래도 전 감사하게도 꾸준히 설 무대가 있으니, 계속 오르고 도전할 겁니다. 우리 나이라고 해서 BTS처럼 빌보드에 오르지 못 한다는 법도 없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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