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북한강 살인’에서 본 불안한 징후

황대진 사회부장 2024. 11.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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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합참 디도스 공격받는데
이를 막을 사이버司선 치정 살인
정보司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이버·정보戰 연패 중, 괜찮은가
지난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사진은 A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2022년 2월 24일이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톰 버트 보안 담당 부사장은 침공일을 하루 전날인 23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침공 10시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등 300여 곳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개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현대 전쟁은 사이버전으로 시작한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심상치 않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국방부와 합참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어졌다. 군은 내부 전산망에 영향이 없었다고 했지만, 사건 초기 공격 주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망가진 사이트를 복구하지도 못했다. 공격 4일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방부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사이버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라고 권고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자 속수무책 당했다. 결국 러시아 측이 북한군 1만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기 직전 우리 국방부를 공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이버 교전국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영국, 인도, 독일 다음으로 사이버 공격을 많이 당하는 나라다. 국정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하루 평균 160만건의 사이버 공격이 들어온다. 정부 기관과 민간에 대한 사이버 방어는 국정원과 경찰 등이 수행하지만, 군과 국방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막는 부대는 사이버작전사령부다. 사이버사(司)는 우리나라 군대 중 실전을 벌이는 몇 안 되는 부대다. 육군 소장이 사령관이고, 밑에 현역 군인과 민간 해커가 함께 근무한다.

우리 국방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막아야 할 사이버사 장교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내연녀를 토막 살인해 검거됐다. 경찰이 13일 신상을 공개한 범인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령 진급 예정자로, 사이버사 1작전단 작전과장이라고 한다. 적들이 국방부 공격을 계획하는 동안 그는 내연녀 살인과 범행 은폐 작전을 짰다. 범죄에 쓰인 차량 번호판을 위조하고,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을 토막 내 돌에 매달아 북한강에 유기했다. 사이버사가 적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 태세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사이버전과 함께 매일 실전을 벌이는 또 다른 분야가 첩보전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최근 치명적 패배를 당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활동 중인 우리 ‘블랙 요원’의 명단을 중국 측에 넘긴 사건이 드러났다. 정보의 세계에서 최악의 일이 터진 것이다. 이 군무원은 억대의 돈을 받고 7년간 정보를 넘겼다고 한다. 정보사 조직 편성, 우리 정보부대의 작전 방법 및 계획도 넘어갔다. 신분이 들통난 우리 요원들은 급거 귀국했다. 붕괴한 첩보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국군에서 방첩사(옛 기무사)가 적의 간첩을 잡는 ‘수비수’ 역할을 한다면, 정보사는 적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하는 ‘공격수’ 역할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알고 보니 적의 편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사이버전과 첩보전에서 연전연패 중이다. 보이지 않는 이 두 전장에서의 승패는 실제 지상전을 포함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그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점검과 대비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이나 이재명 대표 재판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하루빨리 전열을 정비해 사이버·첩보전에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는, 남모를 승리를 많이 거두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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