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철원 와수초 배구부

이수영 2024. 11. 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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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신안군 안좌면에 달린 섬 사치도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전교생이 60여명 밖에 되지 않았던 분교의 농구단은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어린 농구단의 활약은 영화 '섬 개구리 만세'로 제작돼 전국 어린이들의 화제를 모았다.

전교생 150명인 철원 와수초등학교가 지난달 말 제천에서 열린 '2024 전국 유소년클럽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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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신안군 안좌면에 달린 섬 사치도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치 분교 농구단의 돌풍 때문이었다. 전교생이 60여명 밖에 되지 않았던 분교의 농구단은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1972년 제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작은 섬에서 일어난 기적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다. 농구단을 지도했던 부부 교사와 농구부 선수들이 청와대에 초청됐다.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서 축하할 정도로 큰 경사였다. 대통령은 섬에 선착장을 만들어줬고 디젤 엔진이 장착된 도선을 건조해 주기도 했다. 어린 농구단의 활약은 영화 ‘섬 개구리 만세’로 제작돼 전국 어린이들의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는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이 출연해 흥행을 거두었다. 극장에 자주 갈 수 없었던 어린이들도 모처럼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사치 분교는 지난 2000년 폐교됐지만 당시 학생이었던 또래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강원도 접경지역에도 어린이 운동부의 쾌거가 있었다. 전교생 150명인 철원 와수초등학교가 지난달 말 제천에서 열린 ‘2024 전국 유소년클럽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8강에서 대전 호수초, 4강에서는 인천 귤현초를 2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김천 금릉초 역시 2대 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학교 안팎은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매년 학교와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전방 지역 초등학교와 마을에 모처럼 낭보가 들려 생기가 넘쳤다. 이 학교는 1955년 9월 와수국민학교로 개교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학생들은 ‘새롭게 바르게 힘차게’를 교훈으로 씩씩하게 자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와수초 배구부는 또 한 번 큰 대회에 참가한다.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한다. 선수들은 남다른 각오로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먼 길을 떠나는 와수초 배구부 선수들에게 주민들과 함께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승패를 떠나 멋지고 자랑스러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믿는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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