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K-제약바이오, CDMO 사업 확대 본격화
트럼프 재집권…CDMO 시장 확대 가능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DMO 진출·투자 '러쉬'
"고품질 확보, 경쟁력 강화 최우선"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CDMO 사업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반중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후보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중국과의 바이오 패권 전쟁으로 인한 수혜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생물보안법이 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자국민의 건강·유전 정보를 보호하고자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이 실행될 경우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법안의 유예기간은 2032년 1월까지로, 사실상 중국 바이오 기업은 2023년 1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으며, 현재 상원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바이오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79%가 중국 CDMO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생물보안법 규제 기업 중 하나인 중국 최대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47%가 북미시장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미국 시장 내 입지가 큰 기업이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다수의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대체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20곳 제약사 중 총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2011년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은 154억달러(약 21조원)를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18만리터(L) 규모의 5공장을 내년 4월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이다. 5공장이 완공될 경우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품질 측면에서는 글로벌 규제기관 제조 승인을 9월 기준 326건 획득하고 지난해 99% 배치(Batch)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의약품 제조·관리되는 전 과정에서 뛰어난 품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김상아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문의가 작년 대비 100%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자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전통제약사들도 경쟁하듯 CDMO 사업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으로 바이오시밀러, CDMO 등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CDMO 법인 설립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해당 기조가 유지되며, (생물보안법의) 입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중국 기업에 대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셀트리온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국내 또는 해외에 신규 공장을 확보해 생산 캐파(CAPA)를 증대하고, 해당 시설을 CDMO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전했다.
보령도 CDMO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보령은 지난 7일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일부를 CDMO 사업 기반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보령은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CDMO 사업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일 중장기전략을 발표하며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를 활용해 CDMO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은 총 2만5000리터 규모의 대형 미생물 배양시설을 기반으로 단백질 제조 CDMO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한양행도 기업가치 제고 및 밸류업 계획을 통해 CDMO 등 본업에서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유한화학과 함께 원료의약품(API) CDMO 사업을 확장 중이다. 유한화학은 CDMO 사업을 위해 지난해 총 생산능력(CAPA) 70만리터 규모의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시설을 확장했다.
다만, CDMO 시장에 뛰어든 모든 기업이 무조건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대비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공백이 생긴 중국 CDMO 기업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은 생산 용량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과 해외 파트너링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에 기회 요소이자 마이너스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의 대체제를 찾는다는 면에서는 우리한테 기회 요소일 것 같다"며 "다만, 우리가 중국 시장을 너무 다르게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양국과(미국과 중국) 밸런싱을 잘 맞춰가는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CDMO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되겠지만, 중국 바이오 기업과 계약 중인 국내 기업도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며 "현재 다른 국가들도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우리와 똑같이 분석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선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과 인도 등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높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확보하는 것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시장을 위해 중국 시장 진출과 투자를 포기할 순 없을 것 같다"며 "중국과 무역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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