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존엄한 죽음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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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을 선호한다.
얼마 전 한 도서관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로 도서를 검색하다 이 작은 도서관에 이렇게 많은 죽음 관련 책들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누구도 삶의 최종 국면인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면 죽음을 응시하기를 거부하다가 당황스럽게 죽음과 마주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응시하고 준비하는 것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길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거장 감독들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개인의 권리'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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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거장 감독들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개인의 권리’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2022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아버지와 그의 조력사를 돕게 된 딸의 고뇌와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영화 ‘다 잘된 거야’를 만들었다. 스페인의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항암 치료에 실패하고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된 종군 기자 마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여정을 다룬 ‘룸 넥스트 도어’로 2023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마사는 “암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나를 죽이겠다”는 말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오랜 친구 잉그리드에게 자신을 배웅해 달라고 요청한다. 합법과 불법의 아슬한 경계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충돌하기도 하고 불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두 상반된 캐릭터는 한 방향을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슬픔과 따뜻함, 우아함과 창백함, 단호함과 주저함을 오간다. 영화는 매우 논쟁적으로 우리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품위 있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인 ‘룸 넥스트 도어’는 친구의 죽음을 배웅하는 잉그리드가 머무는 공간이다. 그것은 예의를 갖춰 타인의 죽음을 배웅하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상징하는 장소이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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