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한국, 거센 삼각파도 앞에 서다

2024. 11. 1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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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과 트럼프의 귀환
국내 정쟁·정치 리더십 실종
외교·안보 치밀한 대책 수립
정치 안정 통해 도전 넘어야

지금 우리 앞에 거대한 삼각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대한민국에 다중적 위기 상황이 닥친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거래’로 빚어진 안보 위기이다. 평양과 모스크바는 지난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조약’을 맺음으로써 사실상 동맹관계를 복원했다. 조약이 체결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인민군을 파병하기에 이르렀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결코 대한민국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는 북한군은 실전 경험을 습득할 것이고 김정은은 파병을 대가로 경제적 보상뿐만 아니라 핵·미사일 관련 군사기술 및 재래식 무기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골적인 북·러 밀착으로 대북 제재의 뒷문은 활짝 열리게 되었고 ‘북한 비핵화’ 담론은 슬며시 사라져버렸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우리에게 닥친 두 번째 도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이다. 트럼프 신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뿐만 아니라 가치와 이념의 공유를 강조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외교와 다자외교는 폐기될 것이다. 그 대신 이해타산을 중시하는 거래적 외교와 자국의 생존과 이익을 최상위에 두는 ‘각자도생’이 국제사회의 뉴노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외교는 동북아·한반도 안보 지형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진작에 중국과의 치열한 무역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협상 카드로 내세워 중국을 압박할 경우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실현 가능성이 낮은 ‘비핵화’ 대신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에 운명을 맡기고 있는 대한민국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이다.

세 번째는 안으로부터의 도전이다. 극단적 여야 대치, 여권 내부의 분열, 정치 리더십에 대한 국민 불신의 증대 등은 대외정책을 포함한 국정 전반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약화시킨다. 최근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영부인의 정치 관여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불신 증폭은 엄중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생존을 넘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 못지않게 안으로부터의 도전을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면 이러한 복합적인 외교·안보의 위기와 도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우선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북·러 간 경제적 거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군사기술 거래 여부를 미국과의 공조하에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 등 전쟁에 직접 개입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미 관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뿐만 아니라 신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 및 의회 지도자들과 조속히 소통 채널을 확보해 ‘트럼프 2.0’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과 주둔 비용 협상에 대해서는 그것의 대북 억제력뿐만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에서의 중요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도체와 조선 등 우리의 강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을 얻어내는 전략을 짜야 한다.

끝으로 신뢰받는 정치 리더십의 확립과 국내정치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리더십 리스크는 국정 동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 안보 이슈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도 문제다. 지난 8일 ‘북한 러시아 파병 규탄’ 결의안이 여야 간 의견 충돌 끝에 국회 외통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리더십이 바로 서고 정치권이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우리 앞에 닥친 거센 도전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대처하기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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