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정민]美 대선에서 드러난 ‘캘리포니아 리버럴’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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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도 큰 캘리포니아주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조9000억 달러(약 5460조 원)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캘리포니아주 지지율은 트럼프 당선인보다 30.1%포인트, 29.2%포인트 높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정치 활동도 해온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 연고가 없는 두 사람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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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캘리포니아주가 인재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2022, 2023년에만 69만1000명이 떠났다. 테슬라 오라클 HP 팰런티어 등 쟁쟁한 기업도 본사를 다른 주로 옮겼다. 치안 불안, 과도한 규제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강요, 높은 세금과 비싼 생활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이가 그 시발점으로 2014년 주민투표로 통과된 ‘47호 법안’을 거론한다. 이 법안은 초범일 경우 950달러 이하의 절도, 단순 마약 소지 등을 경범죄로 다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감시설 부족, 주 재정 악화 등이 이유였지만 통과됐을 때부터 “범죄만 조장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이후 10년간 주 곳곳에서 약탈과 마약이 판을 쳤다. 사상자만 발생하지 않으면 생계형 경범죄로 처리되니 범죄자 입장에선 거리낄 게 없다. 설사 붙잡혀도 보석금 없이 곧 풀려나는 사람이 태반이다. 시민 불만이 치솟았고 못 견딘 사람은 주를 떠났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은 47호 법안이 경범죄로 규정한 범죄를 다시 중범죄로 분류하자는 ‘36호 법안’을 발의했다. 5일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된 이 법안의 주민투표는 69%의 지지로 통과됐다. 법이 죄를 벌하긴커녕 조장하는 현실에 넌더리를 낸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 결과에서 보듯 미 진보 진영의 본산 겸 민주당 텃밭이던 캘리포니아주의 민심이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고향인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보다 20.5%포인트 높은 지지를 얻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캘리포니아주 지지율은 트럼프 당선인보다 30.1%포인트, 29.2%포인트 높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정치 활동도 해온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 연고가 없는 두 사람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은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등을 지낼 때 경찰 예산 삭감 등을 거론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대부분의 불법 이민자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중도파 유권자를 의식해 화석에너지 등 일부 정책에서 ‘우클릭’을 시도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뼛속까지 진보 성향 정치인, 즉 ‘캘리포니아 리버럴’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는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국 득표율, 대통령 선거인단 확보 숫자에서 모두 패했다. 민주당 역시 상하원,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에 완패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패배 요인은 여러 개이고 모조리 그의 책임만은 아니겠으나 한 가지 시사점은 얻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리버럴’이 진보 성향의 일부 지역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미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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