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자랄수록 ‘아버지의 한옥’도 자랐다[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주, 특별한 곳에 다녀왔다.
원로 건축가 김원 선생의 아들 김태윤 셰프가 저녁 초대를 했는데 그 집이 다름 아닌 김원 선생의 집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식당 겸 연구소인 이곳에 방문해 맛있고 신기한 음식을 맛보다 이들과 가까운 사이가 됐고 그날의 저녁 초대는 그렇게 이뤄졌다. 술자리를 펼친 곳은 아버지의 한옥 사랑방이었다. 한지 바른 양쪽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한쪽으로는 마당 정원이 또 한쪽으로는 옥인동 일대의 마을 풍경이 생생했다.
“어릴 적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 방배동에 살았어요. 처음 이곳에 와서는 아버지만 행복했어요. 누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동네에 슈퍼가 없어서 뭘 사려면 저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야 했어요. 어머니도 일이 많아지고, 7, 8세이던 저도 뭐 딱히 좋아할 만한 것이 없었지요. 이 정원은 아버지가 가꾸신 건데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차례대로 계속 꽃이 피어나요. 지금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우람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작았어요. 그만큼 시간이 흐른 거죠. 처음에는 심드렁했지만 이곳이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저란 사람의 바탕이 된 거죠. 자연이 좋고 자연에서 편안한. 최근에는 하동에 작은 집을 마련해 서울과 하동을 오가며 살고 있어요. 그곳은 아직 사람 사는 마을 같아요.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한참이 걸리지요. “와서 차 한잔해” 하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또 누가 오면 다시 “와서 차 한잔해”,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덕분에 고속도로를 타고 분당 정도를 지나면 옥죄던 마음이 술술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하동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버지가 살던 이 집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는데 이 집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산다고 하면 상상이 안 돼요. 이제 저도 아버지만큼 이 집을 좋아해요.” 김태윤 셰프의 말이다.
돌아오는 길, 아버지에게 받은 아들의 유산이 근사하게 느껴져 내 가슴까지 펴지는 기분이었다. 집이 나란 사람의 바탕이자 정서, 그리고 땅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또 그걸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니. 참으로 귀하고 건강한 부자(父子)이자 진정한 부자(富者)란 생각이 들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저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N수생 역대최다인데 변별력 빨간불… ‘현역’ 비명 나올라
- [단독]이준석 “尹, 안철수 공천 해주라 하더라”… 입 닫은 대통령실
- 이재명, 내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정치 운명 달렸다
- 명태균·김영선 구속 기로…영장 심사 마치고 창원교도소서 대기
- 野, 3번째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단독처리… 與, 표결 불참
- 삼성전자, 결국 ‘4만전자’로 추락…4년 5개월 만
- 수능 지문 속 링크 접속했더니 ‘尹퇴진 집회’ 안내… 평가원, 수사 의뢰
- 與 정연욱, 체육회장 셀프 연임 막는 ‘이기흥 방지법’ 발의
- 내년부터 배달수수료 2~7.8%로 떨어진다
- 형제애로 마련한 400억…감사 전한 튀르키예[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