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 "전 세계 그 누구도 시연 시간 안에 성공 못했다"
지스타 2024에서 가장 주목 받은 신작은 단연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었다. 지스타 개막과 함께 가장 긴 시연 대기열을 자랑하면서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드코어 액션 RPG인 카잔은 올해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서도 전 세계 게이머들의 호평을 얻었다. 지난 10월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TCBT)가 진행됐지만 정식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는 지스타 2024가 처음이다.
넥슨 부스에서 시연자들은 초반부 구간인 '하인마흐' 지역에서 전반적인 게임성을 익힐 수 있으며 퀵보스 '볼바이노', '랑거스'와 치열한 전투를 펼치며 카잔의 독보적인 액션을 체험할 수 있다.
넥슨은 14일 국내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카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네오플 대표인 윤명진 총괄 PD와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참석했다.
첫 질문은 늘 고정으로 나왔던 난도였다. 본래 윤 디렉터는 카잔의 난도 조절이나 세분화 계획이 없었다. 거듭된 테스트 이후 너무 어려워서 게임을 포기하는 게이머가 많아지자 생각을 전환했다.
윤 디렉터는 "각종 게임 행사 시연 무대에서 첫 타임 만에 보스를 성공한 게이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보고 내부에서 이지 모드를 만들어 테스트 중이다. 물론 난도를 너무 하향하지 말라는 피드백도 많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TCBT에서 접수한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콘솔 싱글 플레이 게임 개발은 윤 디렉터 입장에서 처음 도전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덕분에 설레고 재밌는 마음으로 개발에 임한다는 것이 답변에서 물씬 드러났다. 그만큼 향후 카잔의 모습에 믿음과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Q. 초심자나 더 하드코어한 유저를 위한 모드 세분화 계획은 없는가?
이 게임에서 카잔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내부에서 원하는 방향성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연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쉬운 옵션을 하나 추가해서 내부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이지 모드일지, 스토리 모드일지는 미정이다.
그간 많은 인터뷰를 했는데 이전 답변과 다소 달라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 피드백을 거치면서 난도 허들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유저들이 꽤 보였다. 대다수 유저가 도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피드백을 훑어보면 난도를 낮추지 마라, 스태미나만 조금 개선하면 될 것 같다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조정하진 않았다. 약간의 능력치 조절만 해도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게임이라 각종 테스트하면서 조율 중이다.
Q. 여러 게임쇼에 출품했는데 국가별 유저 반응이 궁금하다. 지난 10월 TCBT에서 어떤 피드백이 가장 인상 깊었으며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가?
나라별로 반응 차이가 크진 않았다. 그보다 재미있던 건 전세계적으로 "비비큐를 살려내라"라는 의견과 댓글이 난무했다. 이를 보며 프로젝트 비비큐 개발 중단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석에서 여러 감각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카잔 첫인상이 이렇다는 걸 알 수 있는 기회였다. TCBT에서도 피드백을 받았는데 기술적인 시각은 물론 다양한 시각에서 현장보다 더 깊이 있는 분석이 나왔다. 첫인상과 심도 있는 피드백까지 수집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개선해서 더욱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TCBT에서는 영상 업로드가 허가되지 않았나. 그 전까지 어렵다는 얘기를 듣다가 유튜브 영상으로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반격을 놓치지 않는다거나 노피격 플레이로 성공하는 유저들이 정말 많았다. 집에서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이지 모드를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피드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Q. 최지원 P의 거짓 디렉터나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많은 우려가 있지만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듯 업계가 점차 콘솔 게임에 힘을 싣는 분위기로 바뀌는 상황인데 윤명진 대표는?
그동안 온라인 게임을 오래 만들다가 이번에 패키지 게임을 처음 만들고 있다. 대다수 국내 개발자들이 비슷한 상황 아닌가 싶다.
물론 어릴 적만 해도 온라인 게임이 없었던 터라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온라인에서 같이 모인다는 또다른 즐거움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그렇다고 게임 유저라는 측면에서 돌아볼 때 재미있는 게임에 대한 견해가 바뀌진 않았다.
패키지 게임 개발에 들어서면서 그 둘이 너무도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기승전결을 만들기 어렵다. 그렇지만 콘솔 게임은 반대다. 그것이 콘솔 게임 개발의 매력이다.
패키지 게임을 출시하면 더 이상 평가를 뒤집을 기회가 없다는 부담감이 정말 크다. 기껏해야 데이원 패치 정도니까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쏟아내서 풀어내야 한다. 이를 이제 경험하고 있는 차원에서 앞서 두 분의 말이 정말 와닿는다. 그리고 해볼만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 번 시작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만들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한 수에 다 쏟아낼 경험은 흔치 않다. 다음에 할 도전이 온라인일지 패키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카잔 제작은 그런 측면에서 정말 좋은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 카잔 공식 트레일러
Q. 지스타 현장 출품한 작품 중 가장 빨리 출시될 기대작이다.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나?
항상 같은 답을 했는데 어떤 매출이나 수치적인 성과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각 분야별로 다른 목표가 있다.
아트 측면에서는 카툰렌더링으로 카잔의 처절함과 암울함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거나 게임 디자인에서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패턴과 레벨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는 식이다. 물론 이 게임이 오픈월드가 아니라서 재미 없다 혹은 기대한 장르가 아니라는 평이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가 잘 만들고 싶은, 보여주고 싶었던 액션과 컨트롤 그리고 도전의 재미, 깊이 있는 세계관, 복수와 우정의 이야기를 유저들이 얼마나 심도 있게 봐줄지를 성공의 척도로 보고 있다. 유저들이 이를 알아봐준다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다.
Q. 유혈 표현이 어색하지 않고 다크한 분위기를 잘 자아냈다. 카툰렌더링 작품에서 레퍼가 적은 느낌인데도 잘 구현했는데 이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이미 잘 알려졌듯 카잔은 비비큐 개발이 중단되고 그 인력들이 같이 합류한 작품이다. 그 시점에 비비큐에서 이미 이런 연구가 되고 있었다. 특히 아트 디렉터가 고어나 그로테스크한 부류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아트 디렉터가 카툰으로 이런 어둠, 깊이를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
그렇게 둘이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카툰에서 어두운 표현을 보여주는 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냈다. 그 과정에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참고했다. 캐릭터는 좀 더 카툰틱하게 만들되 배경을 실사풍에 가깝게 밸런스를 잡아가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고 그 톤을 바탕으로 계속 조율하면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시각적 임팩트도 있고 독창성도 있어 옳은 선택인 것 같다.
Q. 보스전 경험이 정말 괜찮았다. 그 전까지의 레벨 디자인이 보스전보다는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개선의 방향성을 설명한다면?
TCBT 이후 정말 많은 변화가 있다. 일단 현단계를 말하자면 게임스컴, TGS, 지스타에서 들어온 피드백은 물론 TCBT에 반영되지 않았던 피드백까지 고도화하면서 폴리싱하는 단계다. 피드백이 들어오기 전에 이 방향이 맞을까 고민했던 부분들에 많은 피드백을 받은 만큼 출시 버전도 대거 개선될 것이다.
특히 보스전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더 매끄럽게 다듬고 있다. 파밍, 성장이 많이 부족했는데 현 개발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로 보완한 상태니까 완성도가 이전 대비 많이 올라왔다.
Q. 던전앤파이터 원작에서 오즈마, 스카사 관련 이야기를 더 풀어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엔 원작의 어떤 이야기를 풀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아직 다음 이야기를 전하긴 곤란하다. 다만 카잔으로 결정할 때를 생각하면 그 때 록시와 아간조의 사랑 이야기도 후보에 있었다. 원작의 중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카잔이 됐는데 카잔 증후군이 던파의 시작과 연결된 부분이라서 이를 풀어보고자 선택했다.
그 다음에 어떤 장르로 누구의 이야기를 풀지 모르겠지만 던전앤파이터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제각각의 이야기를 깊이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를 기대하길 바란다.
Q. 개발 로드맵에 스토리 DLC나 치장 같은 요소도 포함돼 있는가?
후속작이나 DLC는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최초 공개 당시 프로젝트 AK였는데 K는 카잔이고 A는 아라드 크로니클이었다. 즉 연대기처럼 풀어나가는 게 시초였고 그런 차원에서 다른 캐릭터로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카잔의 퀄리티를 최고로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출시하고 나면 그 고민을 점차 풀어나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Q. 엔딩까지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또 숙련된 유저 기준으로 플레이 타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한다면?
정확하게 숫자로 말하긴 어렵다. 워낙 난도가 높기도 하지만 숙련도가 높은 게이머를 지켜봤을 때 즐기는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다.일부러 안 깨고 100% 분석할 때까지 한다거나 그냥 스피드하게 가는 유저도 있다. 대사 하나하나 다 읽으면 더 오래 걸린다.
지향점을 말하자면 같은 비용을 내서 즐길 때 플레이 타임이 더 길다거나 혹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런 식으로 느끼게끔 만드는 것이다.
Q. 카잔이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마케팅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나?
전적으로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
Q. 최근 PS5 프로가 출시됐다. PS5 프로의 여러 신기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최고의 퀄리티로 당장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추가적인 무언가를 더 얹을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Q. 반격기가 TCBT에서 3가지였다. 반격기를 맞추는 것 자체가 판정이 까다롭기도 하고 모호한 느낌이었다. 실제 피드백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개선하고 있나?
버스트 카운터를 말하는 것 같다. 일단 앞서 말한 세 가지 모두 타이밍 자체는 동일하다. 다만 각자 리스크에 따라 리턴을 다르게 줬다. 직전 가드는 조금 타이밍이 안 맞아도 가드가 되니 보상이 적고 회피나 카운터는 실패하면 공격을 고스란히 맞으니 리턴을 많이 주는 식이다. 버스트 카운터는 특별한 상황에서 카운터를 발동하면 가능하니 리턴을 상당히 높게 책정했다.
TCBT에서도 회피보다 가드 타이밍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재검토를 했는데 이벤트 발생 후 액션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타이밍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걸 재확인했다.
다만 기기나 모니터 등 세팅 디테일에 따라 타이밍이 다른 경우가 있다. 거기까지 다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격을 당했다고 해도 타이밍을 다시 잡고 회피, 가드, 카운터를 맞출 수 있도록 조정했다.
Q. 게임스컴 이후 지스타까지 동일한 빌드를 시연했는데 너무 어려웠다. 시연에서 두 보스의 클리어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현장에서 한 번에 성공하는 유저는 없었다. 클리어한 사람도 여러 차례 시연을 해서 성공한 것이다. 3, 4회차로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패턴이 눈에 익어서 깨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만 해도 굉장히 잘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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