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 확보”…수험생들 “쉽지 않았다”
수학 ‘미적분 30번’ 영어 ‘빈칸 추론 33·34번’ 까다로운 문제
의대 증원에 치열해진 최상위권, 탐구영역이 총점 좌우할 듯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난이도 조절이 관건으로 꼽혔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이번 수능에는 통상 재학생보다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졸업생 등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응시했다.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변별력 확보까지 해야 하는 수능이었다.
2025학년도 수능 문제를 분석한 EBS, 입시업계는 14일 모두 “킬러문항 없이 어느 정도 변별력을 확보한 수능”이라고 했다. 수험생들 또한 “킬러문항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쉬운 수능은 아니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만 최상위권까지 변별력을 확보했는지 여부에서 최종적인 난이도 조절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교육업체 “지난해보다 쉬워”
전 영역별로 난도 있는 문제 1~2개에 따라 변별력이 확보될 가능성이 있다.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는 “적절한 변별력은 상위권과 중위권, 하위권을 어떻게 변별할 것이냐 문제”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변별력 있는 문항들은 과목별로 반드시 제시됐다”고 말했다.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단 쉽게,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와 비슷하거나 9월 모평보다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보통 수험생과 입시업계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을 넘으면 어려운 시험으로 보는데, 지난해 수능의 국어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이었다.
EBS 현장교사단의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며 “온전히 이해할 때만 풀 수 있는 선지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체감 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의 선지를 까다롭게 구성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교육업계 또한 “지난해 매우 어려웠던 본수능 수준보다 다소 쉬웠다”(종로학원),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메가스터디)라는 평을 내놓으면서도 어느 정도 변별력 확보가 이뤄졌다고 봤다. 종로학원은 “독서 지문은 EBS 연계율이 높아 생소함은 덜했으나, 정답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투스는 화법과 작문 40번 문항처럼 “선택지 분석에서 변별력 가진 문제가 출제됐다”고 밝혔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독서 영역에서 ‘서양 과학 및 기술 수용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룬 지문을 바탕으로 두 학자의 견해를 비교·대조하는 7번 문항, ‘기계 학습과 확산 모델’을 다룬 지문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13번 문항 등이 꼽혔다.
■ 수학 미적분 다소 어려워
수학영역도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올해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EBS 현장교사단의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확실히 쉽게 출제됐다”면서도 “중위권 학생들도 풀 수 있는 문항을 다수 포함해 출제되는 경향을 유지하면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킬러문항 논란이 일었던 ‘22번’과 같은 까다로운 문항은 배제됐다. 최중철 출제위원장은 이날 “독립적으로 구성된 수능출제점검위원회의 확인을 받고 출제됐기 때문에, 킬러·준킬러 문항이 충분히 걸러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유웨이·이투스에듀 등 입시업체는 모두 선택과목인 미적분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다”고 했다. 삼각함수와 합성함수의 미분법을 이용해 푸는 미적분 30번 문항을 EBS와 입시업계 모두 까다로운 문제로 꼽았다. 수학영역 변별력이 이과생들이 몰리는 선택과목인 미적분에서 갈릴 가능성이 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이투스에듀)거나 “성적 상위권 이과생들의 변별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유웨이)는 분석이 나왔다.
■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 가능할까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올해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BS 현장교사단의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과 이번 9월 모평의 (1등급 범위 안에서) 올해 수능 1등급 비율이 예측된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 영어 1등급은 4.71%였고, 올해 9월 모평의 1등급 비율은 10.94%였다.
EBS와 입시업계는 “지문 자체의 난도가 크게 높지 않았다”면서도 난도 있는 문제들이 배치됐다고 봤다. 빈칸 추론 유형인 33·34번이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혔다. 영어 33번은 알고리즘과 ‘주목 경제’ 개념을 다루면서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EBS) 문제였다.
다만 올해는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상위권 경쟁이 특히 치열할 것으로 전망돼 이번 수능 수준의 난도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사회문화, 생활과윤리, 지구과학, 생명과학 등 탐구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돼, 전 과목 총점에선 적당한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유웨이)는 의견도 나온다.
심주석 교사는 “최상위권만을 위한 시험지를 만들 수는 없고, 나머지 99%의 학생들은 그 문제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이번엔 적절히 상위권과 최상위권까지 변별할 수 있는 시험으로 구성됐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김원진·최서은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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