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다음 시대’ 대비한 AI·바이오 첨단 클러스터 복합도시
“여러분, 지금 기온이 몇도일까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 최초 탄소중립 도시’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를 소개하던 홍보 담당자가 취재진에게 물었다. 32도였지만, 선선한 바람에 그늘이 져 체감온도는 20도대 후반이었다.
비결은 도시 디자인에 있었다.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지대를 7m가량 높여 마스다르 시티를 세웠다. 바람길을 치밀하게 계산해 출입구는 크게, 길은 좁게 만들었다. 중동에 있는 아부다비지만, 아부다비 같지 않은 곳에서 변화의 바람을 체감했다.
UAE 아부다비의 ‘친환경·지속 가능성’ 집약 대표 지역
외곽에 10㎿ 규모 태양광 단지… 건물 외벽·옥상에 패널
고층 빌딩 없이 대부분 5~6층 높이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
아부다비는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로, UAE 국토의 약 84%를 차지한다. UAE 석유 생산 대부분이 아부다비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UAE 경제 중심지다. 지난해 기준 아부다비는 UAE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2021년 중동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아부다비는 정부 주도로 비석유 부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아부다비의 비석유 부문 GDP는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하며 전체의 55.2%로 집계됐다.
아부다비는 ‘포스트 오일(석유 다음)’ 시대를 대비해 1조7000억달러(약 239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바이오·금융 등 지식·첨단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부펀드 등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기업 ‘허브71’의 아흐마드 알리 알완 부대표는 “석유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석유 다음 시대까지 이어갈 길을 찾는 것”이라며 “UAE나 아랍 지역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 전 세계를 위한 길을 찾고 지원하는 게 아부다비 정부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의 이런 변화, 지향점을 집약한 대표 지역이 마스다르 시티다. 아부다비는 토후국 이름이기도 하고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UAE 대통령궁이 있는 도시 아부다비는 수도 역할을 한다.
도시 아부다비 동쪽 자이드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마스다르 시티는 2006년 개발 초기부터 친환경·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경제자유구역(프리존)이다. 아부다비에는 5개의 프리존이 있는데, 마스다르 시티는 AI·바이오 등 첨단 산학 클러스터 복합도시를 지향한다.
총면적 57만5641㎡(축구장 81개) 규모의 마스다르 시티에는 아부다비 정부 기관을 비롯해 지멘스에너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모두 1200여곳이 입주해 있고, 약 6000명이 거주한다. 도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마스다르 시티 외곽에는 1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단지가 있고, 건물 외벽·옥상 곳곳에도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마스다르 시티엔 다른 프리존과 달리 고층 빌딩이 없다. 건물 대부분이 5~6층 높이다. 살라 지앗 마스다르 시티 지속 가능성 부문 부매니저는 “여러 차례 시험한 결과 5~6층 높이의 건물이 탄소 배출이나 에너지 효율,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층 빌딩은 없지만, 건물 간격을 좁혀 해가 정중앙에 떠 있지 않은 이상 거리엔 항상 그늘이 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거리 대부분은 보행자 전용이다. 멀리 이동할 때는 지하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 택시처럼 자율주행 전기차를 운행한다.
마스다르 시티는 ‘세계 최초’로 불리지만 ‘세계 최고’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지앗 부매니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정답이라는 걸 증명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서로 보고 배우고 차용해 조금이라도 더 기후변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쟁을 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 | 글·사진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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