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심의위 신설…2차 병원 육성 추진
필수의료 중 중과실만 기소…‘환자 대변인제’ 신설도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고 환자 피해가 상당한 경우에만 기소되도록 의료분쟁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정부와 의료계·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 동네 의원(1차)과 상급종합병원(3차)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2차 병원 육성 방안도 추진한다.
14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전날 ‘제7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중증·응급 등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행위에서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 종사를 기피한다고 지적해왔다. 의료계는 2017년 A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후 의료진이 구속된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고 주장한다.
의개특위는 이 같은 ‘소송 리스크’를 줄일 방안으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정부, 의료계, 환자·시민사회단체, 법조계 등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닌 위원들로 구성된다. 정부 내 상설 심의기구로서 지위를 가진다.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되면 심의위가 필수의료 여부와 중대 과실 유무를 판단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시한다. 중대 과실이면 수사·기소, 단순 과실이면 피해 배상 조정 권고, 의료진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였다면 국가 보상 등을 권고한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심의위가 잘 작동되면 분쟁이 조기 종결될 수 있어 병원이나 환자·소비자 모두의 ‘수사 리스크’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다음달 발표된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의 책임보험 가입, 분쟁 조정제도 참여 등 책임도 부과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자단체도 ‘소송 리스크’ 해소 방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개특위에 참여 중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소송을 하더라도 실제 기소로 이어져 환자들이 승소하는 사례가 적은데, 그러면 억대의 소송비용으로 추후에 더 고통받게 된다”며 “소송 전 단계에서 조정이나 중재가 잘 이뤄지면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에 환자와 소비자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위원들이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개특위는 환자를 조력할 ‘환자 대변인제’를 신설하고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손보는 내용을 담아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진료과 중심으로 국가가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날 정부는 2차 종합병원 육성 방안도 논의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희귀 질환에 집중하도록 병상 수를 감축하는 구조전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에서 중증·응급 환자를 더 받아 진료할 수 있는 ‘허리’급의 2차 병원이 육성될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수술 역량과 진료 분야 등을 고려해 2차 병원을 평가하고 보상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뇌혈관, 화상, 심장 등 특화·전문병원에 대한 보상 체계도 만들어 육성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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