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여학생 뽑을 때 외모 안 따진다

김휘원 기자 2024. 11. 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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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단 다카라즈카의 2020년 '베르사이유의 장미' 서울 공연 무대. /조선일보 DB

111년 전통의 일본 여성 극단 ‘다카라즈카 가극단(宝塚歌劇団)’의 전속 배우를 양성하는 다카라즈카 음악학교가 내년도 모집 요강에서 외모에 대한 규정을 삭제했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팔방미인’ 여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알려진 다카라즈카가 시대에 발맞춰 과거 획일화된 선발 기준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일본 효고현에 위치한 다카라즈카 음악학교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선 ‘용자단려(容姿端麗·얼굴과 몸매가 단정하고 아름다움)’ 해야 한다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신 ‘심신이 모두 건강하고 단원으로서 무대에 서기 적합한 학생’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이 학교는 만 15~18세 여학생만 뽑는다. 새 모집 요강에 대해 학교 측은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맞는 적절한 내용이 되도록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914년 설립된 다카라즈카 극단은 여성 배우만으로 구성된 뮤지컬 극단으로, 매년 2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일본 대표 공연예술 단체다. 특히 이곳 출신 배우들은 연기·노래·춤 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수려한 것으로 유명해 극단에서 나간 뒤에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국민 여배우인 아마미 유키도 과거 이 극단에서 남성 역할을 전문으로 맡으며 개인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던 톱배우였다.

이렇듯 여배우로서 명성과 인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보니, 극단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코스인 다카라즈카 음악학교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하지만 여성이 연예계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가 과거보다 다양해지면서 과거 최대 30대1 수준에 달했던 경쟁률이 작년에 역대 최저인 12대1로 떨어지는 등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도 나온다. 졸업 후 극단 생활까지 이어지는 폐쇄적인 환경 탓에 선배 여학생이 후배의 용모를 과도하게 지적하는 등 ‘이지메(괴롭힘)’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다카라즈카 음악학교는 최근 낡은 교칙과 학생들 사이의 엄격한 규율을 폐지하는 등 쇄신을 시도해왔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이 학교 학생은 전철에서 의자에 앉아서는 안 되고, 후배가 선배를 복도에서 만나면 깍듯하게 인사해야 하며 소리내서 웃거나 말해서는 안 된다는 학생들 사이의 불문율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학교 차원에서 이를 사실상 용인해왔지만 2020년에 “학생들의 자주성을 존중하겠다”면서 완전히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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