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에서 왔습니다' 무리지어 군청 드나들며 광고비 요구한 기자들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전북본부 언론사 조직, 광고비 부당 요구 논란
집단으로 군수실 찾아가 광고비 요구…축제 부를 가수 선정 요구 의혹도
경찰 나서자 "사죄드린다"며 협회 해체했지만 "광고비 요구한 적 없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자체에 부당하게 광고비를 요구하고 지역 행사에 특혜를 요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전북 기자 단체들에 대해 경찰이 내사를 시작했다. 해당 단체들은 광고비 요구 등 관련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전주MBC는 지난 11일 전북 기자 단체들이 지자체에 부당하게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MBC <“협회 구성해 홍보비 요구한 기자들”…특정 가수 출연 요구도>, <“5명, 7명씩 무리 지은 기자들”…기사도 선물도 함께?> 등 리포트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라는 기자 단체는 지자체 홍보실과 군수실을 찾아가 협회 소속 언론사라며 광고비를 요구해왔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는 '코리아안전뉴스', '코리아교통뉴스', '보는뉴스', '호남도민일보', '시사토픽뉴스' 등 언론사 5개의 기자 총 5명(각 매체당 1명씩)이 속해있는 단체다. 이들 언론사들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호남기자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7월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를 발족했는데, 해당 협회는 한국기자협회 산하 '전북기자협회'와는 무관하다.
전주MBC는 “지난 8월부터 이들로부터 광고비를 요구받은 지자체는 확인된 곳만 5곳, 모두 군 단위”라며 “복수의 전남 지자체들은 이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1년에 한 차례씩 찾아와 광고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 사무실과 협회장이 속한 언론사 사무실은 단독주택이었고, 협회 번호 또한 '없는 번호'였다.
전북도내 일부 언론사들 주재기자들이 속해있는 '전북본부 언론사 조직'이라는 단체도 유사한 수법으로 지자체에 광고비를 요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전북본부 언론사 조직에는 '중도일보', '스포츠동아', '에너지경제', '서울파이낸스', '스마트에프엔', '우리뉴스', '24미디어' 등 7개의 단체, 총 15명 기자가 속해있다.
전주MBC는 “(지역 축제) 행사 주관사 측은 축제 전 한 기자가 축제에 부를 가수 선정 권한과 내빈석 7자리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며 지자체에 특산물 제공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단체에 속한 언론사 4곳이 해당 지역 축제 중 정전이 났다며 똑같은 시민 인터뷰를 실어 보도했다고 했는데, 행사 대행사 관계자는 전주MBC에 “퍼포먼스 중 하나인데 그걸 정전이라고 기사를 써버렸다”고 주장했다. 전주MBC는 이들 단체 두 곳이 “5명에서 7명까지 각각 무리지어 군청을 드나들며 기자라는 점을 부각하고 사전 약속없이 군수와 면담하겠다며 단체장실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전북CBS도 지난 12일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 전북본부 언론사 조직의 부당한 광고 압박 행태를 지적하며 “일부 기자는 명함 앞뒤로 소속 언론사가 다른데, 국내 유력 중앙지의 광주·전남지역 부지사장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전북경찰청은 이들 단체 행위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전주MBC는 지난 13일 “경찰은 해당 단체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지차체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해당 시·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진술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같은 날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는 전북 14개 시·군 지자체에 사과문을 보내 협회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협회는 사과문에서 “회원들이 귀 기관을 방문할 당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 점, 대면 당시 격한 언행으로 인해 각 기관의 공무원 분들과 전북지역 언론인분들의 감정을 상하게 해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회원들의 성숙하지 못한 언론 활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11월13일 17시부로 협회의 완전한 해체를 선언하며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성숙한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 측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는 지자체 광고비 요구 등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명하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장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협회를 만든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취재 요청을 하고 전북도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광고비를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협회 해체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사가 그렇게 났기 때문에 우리가 불미스러운 일로 연루된 상황에서 더 끌고 가는 건 좀 그렇다고 5개 회사들이 협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기자협회로 활동하던 회원들이 전북특별자치도 기자협회를 다시 발족한 이유에 대해 오 회장은 “전북을 취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기 위한 일환”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협회 사무실 존재가 명확하지 않고 번호가 불통인 이유에 대해선 “전주에 사무실을 구하는 진행 과정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주남진 전북본부 언론사 조직본부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축제에 가수를 넣어달라고 얘기한 적도 내빈석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광고비와 특산품 요구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전' 기사에 대해서는 “동영상 찍은 것도 있다. 정전이지 무슨 퍼포먼스냐”며 “(행사 주관사 측이 기사를 내려달라고 해서) 정확하게 취재해 정전된 상황을 기사로 썼기 때문에 못 내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기자들은 그런 거(광고비 요구) 없다. 그런 기자가 있으면 내가 징계할 것”이라며 전주MBC 보도 등 관련 보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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