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으로 ‘한탕’ 노리는 부동산 PF 사업 구조 뜯어고친다
단 5%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 아파트 등 각종 건설 개발을 추진해 부동산 시장 부실을 촉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구조를 고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들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려 세제 혜택을 주는 ‘당근’과 대출 문턱을 높이는 ‘채찍’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현재 5% 수준에서 2028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기조로 짜였다.
2028년까지 20%로…부동산 시장 위축 때 금융불안 ‘악순환’ 차단
토지 현물 출자 땐 세제 혜택도…내년 상반기 기준 마련, 단계 시행
전문가들 “PF 안정화보다 투자 활성화·이익에 초점 맞춰진 대안”
국내 부동산 PF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0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영세한 시행사가 적은 자기자본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대출기관은 PF 사업 과정에서 사업성을 보기보다 보증을 끼고 돈을 내주는 경향이 컸다. 이로써 시장이 위축되면 PF 현장의 리스크가 시행사에서 건설사, 금융사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시한폭탄’이 됐다.
이에 당국은 연쇄부실의 첫 고리인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 비율부터 고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종의 ‘페널티’다. 당국은 시행사의 PF 사업 자기자본 비율이 너무 낮을 때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위험 가중치를 올리고, 충당금도 더 많이 쌓도록 할 계획이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전문위원은 “사업주 자본의 차입 여부까지 조사해 예외 없이 반영한다면 PF 안정성 강화를 위해 우수한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PF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족했던 새마을금고 등에도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 비율 요건이 도입된다.
이러한 계획은 내년 상반기 중 금융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 모범규준 개정안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인센티브도 있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리츠(PF 사업)에 현물 출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 이연해주는 세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행사가 고금리 대출을 받아 토지를 사는데, 토지주가 토지를 현물 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면 사업 수익을 공유하면서 토지 매입 비용도 적게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업리츠(UP-REITs)’ 방식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요 지자체 내 100평 이상 주거·상업 지역의 나대지 7000만㎡를 현물 출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유휴토지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과 국민 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리츠 활성화안에 회의적이다. 일부 토지만 현물 출자로 마련하고 나머지를 확보하지 못할 땐 차입 조달이 불가피하다. 이때도 세제 혜택을 주면 지나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를 통한 시행의 경우 PF 안정화보다는 투자 활성화, 시행이익에 초점이 맞춰진 대안”이라며 “대형 금융기관의 부동산 시장 참여는 본질적 PF 안정화라기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부동산금융 안정화”라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도 “이제까지 각종 혜택에도 리츠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 자체의 불확실성과 공시 등이 정비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라며 “미국 같은 나라와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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