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1억까지 ‘다 좋은 건 아냐’…오른 예보료, 대출 금리에 전가 가능성
여신 소비자 이자 부담 늘어날 듯
2금융권 ‘자금 쏠림’ 부작용 우려도
여야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데 합의하면서 금융회사가 내야 할 예금보험료율도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도 상향으로 혜택을 받는 예금자는 100명 중 1명꼴로 극소수인데,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 전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보다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가 지난 13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예금자 1인당 보호 한도가 기존 인당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 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이를 경제 규모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새마을금고 위기설 등으로 국내에서도 예금자 불안이 확산하자 한도 상향론이 더 힘을 얻었다.
문제는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예금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예보료율의 상한은 잔액의 0.5%로, 은행은 0.08%, 보험 0.15%, 증권 0.15%, 상호금융 0.2%, 저축은행은 0.4%를 적용받고 있다.
업권에서는 예보료율을 높이면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커 소비자 전반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혜택을 받는 이들은 소수에 그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한도 상향으로 보호받는 예금자 비율은 기존 98.1%에서 99.3%로,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즉 상위 2% ‘현금 부자’ 중 일부만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여신심사능력이 미흡한 2금융권으로 예금 수요가 쏠리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앞서 금융위는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 시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한도 상향으로 저축은행에 자금이 쏠리게 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시장 환경 악화 시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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