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하나니[책과 삶]
케이티 캘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384쪽 | 2만원
케이티 캘러허는 ‘보그’ ‘하퍼스바자’에 글을 쓰는 작가다.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는 어느날 정신과 상담 중 의사로부터 ‘모든 게 다 지겹다면서 왜 살죠?’에 가까운 질문을 받는다. 캘러허는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자기도 말해놓고 깜짝 놀란 답변을 한다. “아름다움이요.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만져보려고 일어나요.”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는 캘러허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한 아름다운 것들에 관한 에세이이자 역사책이다.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등 온갖 물건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집착, 추한 역사를 조명한다. 향수의 매혹적인 향을 내기 위해 과거에는 사향고양이를 어떻게 학대했는지 살핀다. 고급 실크 드레스에 녹아있는 아동노동의 문제를 짚는다.
인간의 탐욕과 소비주의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저자 본인도 여전히 소비를 좋아한다. 그는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를 들추는 이유는 때로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아름다움이란 “우리의 감각과 비판적 능력을 함께 사용할 때 경험하는 것”이라는 캘러허의 정의는 꽤 정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문화적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자질이 무엇인지 질문함으로써, 여러분 자신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능력과 그것을 음미하는 능력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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