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불안한 당신이라면[책과 삶]

백승찬 기자 2024. 11. 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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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 김재경 옮김 추수밭 | 384쪽 | 2만2000원

유례없는 폭염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 대형 산불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징어, 고등어 같은 익숙한 어종이 잡히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모두 ‘자연의 문제’처럼 보인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 쓴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원제 The Weight of Nature)는 기후변화가 자연을 넘어 인간의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인지능력, 폭력성, 신경퇴행, 감염병, 정신질환 등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2009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호수에서 수영하던 10세 소년은 5~6일 뒤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소년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세상을 떴다. 사망 원인은 ‘뇌 먹는 아메바’라 불리는 N 파울러리 감염이었다. 수온 상승이 N 파울러리 폭증의 원인이었다.

“임박한 기후위기에 대한 지배적이고도 병적인 걱정”을 뜻하는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은 아직 정식 진단명이 아니지만, 분명 실재한다. 낯선 용어도 소개된다. ‘위안’(solace)과 ‘황폐’(desolation), 고통을 뜻하는 라틴어 접미사 ‘-algia’를 결합해 만든 ‘솔라스탤지어’는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고통과 그리움”을 뜻한다.

통상 기후·환경 서적이 화석연료 탈피, 탄소발자국 억제 등 사회적 대책을 결론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개개인의 심성을 돌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끝난다는 점은 이색적이다. 방안 중 하나는 ‘심오한 시간’(deep time)에 대한 성찰이다. “지질학적 역사의 관점에서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광대한 시간적 범주의 일부로 보는 법”을 익히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관점으로 불안의 강도를 희석시킬 수 있으며, 두려움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한 건설적인 관심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희망을 공유”해 “개별적인 불안을 공유된 결의로 전환할 기회”가 되는 ‘이야기하기’도 추천된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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