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배달수수료 인하 상생에 한발…부담여전 완화요구도

김윤구 2024. 11. 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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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의체 위원장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첫발 디뎌"
정부 "영세소상공인 체감수수료 경감 효과"…양극화 완화책 더 펼치기로
자영업자들 "인상 전보다 높아…기존 6.8% 부담돼 인하 요구했는데 부담 여전"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4.11.14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전재훈 기자 =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상생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넉달간의 진통 끝에 14일 극적으로 결과물을 내놨다.

협의체는 현행보다 일부 낮춘 차등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1위 배민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 방안에 이렇다할 입장을 보이지 않던 쿠팡이츠가 따르겠다고 하면서, 115일간 12차 회의 끝에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이 경감되면서, 양극화 해소에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수료 5% 상한'을 고수해온 입점업체들은 상생협의체 출범 전과 비교해 배달 관련 비용 부담이 덜어지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수수료 완화를 더 요구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정부는 앞으로 시장 참여자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완화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체, 자영업자 간 상생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상생협, 넉달만에 의결 견해차 좁혀…"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상생 첫발"

상생협의체는 입점업체 4곳 가운데 2곳의 반대에도 거래액에 따라 배민과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거래액 기준 2.0∼7.8%로 정한 차등수수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 등은 '수수료 5% 상한'을 요구해왔다. 상생협의체가 결정한 최고 수수료는 이보다 2.8% 포인트 높지만, 현행 9.8%와 비교하면 2% 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최대 500원 높아진다.

거래액 상위 35% 점주는 현재 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배달비 2천900원을 부담하는데 앞으로 3천400원을 내야 한다.

상위 35%는 중개 수수료 7.8%를 적용받는데 주문액이 2만5천원이 되지 않으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현재보다 더 커지고 2만5천원이 넘어야 현재보다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치킨 가게 점주가 2만원짜리 치킨 1마리를 팔면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현재보다 커지지만 2마리를 팔면 부담이 지금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상생이지만 상생 첫발을 디딘 측면을 이해해달라"면서 "거래액 하위에 대해서는 수수료 감면이 나타나서 그 부분이라도 받아들여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상생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낮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수수료 인하 결정은 쿠팡이츠가 배민의 차등수수료 방안을 따르기로 하면서 이뤄졌다.

배달앱 한 관계자는 "거래액 하위 20% 점주의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전체 65%는 현행보다는 부담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배민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상생안은 시장 참여 주체가 모여 음식 배달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양보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측은 "고객 무료배달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모든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할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상생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제12차 회의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4.11.14 jjaeck9@yna.co.kr

외식업계 "수수료 부담 여전, 더 낮춰야"…공익위원들 "추후 상생논의 지속"

그러나 외식업계 일각에선 상생협의체 출범 전보다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상생협의체가 지난 7월 23일 출범했을 때 시장의 60%를 차지한 1위 사업자 배민 수수료는 6.8%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식당 업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상생협의체 출범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래액 하위 20% 업주는 수수료 2%를 내지만 나머지 80%의 업주는 6.8∼7.8%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배달비 부담도 최대 500원까지 늘어난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신경전을 하면서, 배민이 상생협의체 출범 일주일 뒤인 지난 8월 1일부터 수수료를 쿠팡이츠와 동일한 9.8%로 인상했다.

경기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누구를 위한 상생안인가"라며 "기존 6.8%도 부담돼서 인하를 요구했는데, 7.8%로 합의해주면 자영업자에게 음식값을 인상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퇴장한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 공익위원 등만의 찬성으로 최종안이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위원장도 "입점업체가 요구한 요구안이나 저희 중재 원칙과 비교할 때 (이날 발표한 안이)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들은 ▲ 중개수수료 평균이 6.8%를 넘지 않을 것 ▲ 매출 하위 20%에는 수수료 2% 적용 ▲ 최고 수수료율은 현행(9.8%)보다 낮을 것 ▲ 입점업체 부담 배달비는 현 수준인 1천900∼2천900원 정액제를 유지할 것 등을 중재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 원칙에도 미치지 못하는 방안을 (공익위원과 입점업체 단체가) 왜 받아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장 밖에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입법과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는 오는 15일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상생협의체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공익위원들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추후 상생 논의가 지속되기 위해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생안 도출과 별개로 배달플랫폼을 상대로 진행 중인 사건은 엄정히 조사해 법 위반행위에 대해 신속히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kim@yna.co.kr,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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