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수수료 합의했지만… 입점업체 절반은 회의 중 퇴장

민영빈 기자 2024. 11.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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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상생협의체, 12차례 회의 끝에 극적 타결
내년부터 3년간 수수료율 최고 7.8%로 낮추기로
일부 입점업체, 최종 상생안에 반발… 회의 중 퇴장
최종 상생안에 대한 업계 내 의견도 분분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협의체)’가 14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4개월간 12차례에 걸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갈등 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 왔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다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다만, 협의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날 협의체에 참석한 입점업체 단체 4곳 중 2곳은 해당 상생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상생 없는 상생안’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시내 음식점에 배달 앱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협의체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를 가졌다. 배달 플랫폼 운영사에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4사(社)가, 입점업체 측에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앞서 지난 7월 23일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당초 10월 말까지 상생안을 도출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배달 앱 중개수수료율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11차례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배민과 쿠팡이츠가 제출한 최종 상생안을 토대로 12차 회의가 진행됐다.

상생협의체가 확정한 상생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3년 동안 배민과 쿠팡이츠는 최종 상생안에 따라 입점업체 매출액(배달 앱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따라 중개수수료율과 배달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9.8% 수수료를 입점업체의 매출액 기준으로 2~7.8% 내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대신 건당 배달비는 기존보다 200~500원 올린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상위 35%인 입점업체는 7.8%의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배달비는 2400~34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상위 35~50% 입점업체에는 6.8% 수수료율에 배달료는 2100~3100원이 적용된다. 상위 50~80% 입점업체는 6.8%의 수수료율에 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한다. 매출액 하위 20% 업체는 2%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배달비는 1900~2900원을 부담하면 된다. 하위 50%까지는 기존 배달비가 그대로지만, 상위 50%까지는 배달비가 약 200~500원 오른 셈이다.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배달앱 상생협의체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배민과 쿠팡이츠는 내부 전산 작업을 마무리하는 내년 초부터 상생안에 따라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기간은 시행일로부터 3년간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내년부터 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상생 취지에 최대한 부합하는 상생안을 제시해 왔던 만큼, 고물가 시대에서 좋은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무료 배달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할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상생안을 제안했다”며 “차등 수수료 상생안에서 제외되는 업주들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입점업체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부족한 상생안이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출발부터 하자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여한 입점업체 단체 4곳 중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해당 상생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중 퇴장했다. 이들은 그간 배달 수수료율 상한선을 5%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나머지 입점업체 단체 2곳인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조속히 상생안을 이행하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최종 상생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 내 이해 당사자끼리 이뤄낸 상생안”이라며 “숱한 회의 끝에 결실을 맺었다. 분명 진전된 셈”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12차례 회의 끝에 ‘빈손’으로 끝나는 것보단 훨씬 낫다”며 “앞으로 상생안을 어떻게 지킬지 지켜봐야 할 때”라고 했다.

반면, 배달 앱 수수료율 문제를 지적해 왔던 김영명 공사모(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 공동대표는 “9.8%로 수수료율을 경쟁적으로 올리기 전 배민의 수수료율은 6.8%였다. 그런데 지금 상생안을 보면 7.8%로 돼 있고, 배달비도 최대 500원 더 내야 하는 구조”라며 “정말 자영업자도 상생할 수 있는 합의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생안을 둘러싼 진통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안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을 낮추기엔 역부족인 게 뻔히 보이는데, 찬성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협의체는 결론을 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년에 본격적으로 상생안이 시작되기 전까지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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