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로 돌아온 유홍준 교수 "각박한 세상일수록 여유 가졌으면"

MBC라디오 2024. 11. 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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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30년간 써온 글들 모은 책
- '잡문집'인 이유? 산문은 고고한 분위기
- 고고함보단 현실을 부딪히면서 느낀 삶의 체취를 담은 글
- '잡초공적비' 찾아간 답사기, 소재만으로도 울림 줘
- 추도사 쓰기 가장 어려워.. 김민기에 하고 싶은 말도 책에 담겨
- 각박한 세상일수록 여유 필요.. 서정을 간직하고 살자
- 부록에 '글쓰기 조언 15가지' 담겨.. 핵심은?
- 풍부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축약했지만 놓친 게 없어야
- 제목을 먼저 정한 뒤 주제에 맞춰나가는 방법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 :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 진행자 > 예고해드린 대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500만부 판매 신화를 쓴 대한민국 대표 작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 교수 모시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유홍준 > 반갑습니다.

◎ 진행자 > 쉬는 시간에 잠깐 교수님 여러 가지 얘기 나누다가 제 고등학교 선배신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 유홍준 > 반갑습니다.

◎ 진행자 > 몹시 반가웠습니다. 지금 뉴스하이킥은 제가 진행 안 할 때 잠깐 나오셨던 것 같고요.

◎ 유홍준 > 신장식 뉴스하이킥 나왔으니까 1년 조금 안 된 것 같아요.

◎ 진행자 > 세월 빠르시죠?

◎ 유홍준 > 네, 빠릅니다.

◎ 진행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초유의 기록을 세운 책인데요. 그 후로 신간도 내시고.

◎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지금 22권 나왔어요. 그러는 사이에 내가 답사기만 쓴 게 아니고 신문 잡지 도록에 칼럼을 계속 써왔던 사문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29년만이구나. 정직한 관객이라고 한 번 젊었을 때 내고 이번에 30년 동안 쓴 글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책을 내면서 잡문집이라고 그랬죠.

◎ 진행자 > 왜 잡문이라고 표현을 하셨습니까?

◎ 유홍준 > 본래 에세이, 산문집, 이렇게 얘기해야 되는데 그런 말 속에는 뭔가 고고함이라든지 또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게 아니고 잘 부닥치면서 삶의 체취 같은 걸 느끼게 쓰는데 특히 중국의 문호 루쉰이 나는 잡문을 쓴다고 그러고 그분 책 이름은 잡문집이 많습니다. 차라리 나는 잡문을 더 지향하겠다 그 정신을 나도 받았죠. 오서독스하고 고고하게 가는 게 아니고 현실 속에 부딪히면서 거기서 느끼며 삶의 향기와 체취를 느낀 거를 담았다, 그렇게 담겠다, 하는 뜻에서 잡문집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삶에 직접 부딪혀서 거기서 배워 나온 글들이군요.

◎ 유홍준 > 그렇죠. 소재도 그렇고.

◎ 진행자 > 근데 문화유산답사가 워낙 유명해서요. 교수님 보면 옛날에 공직에 계실 때도 그쪽이고 그래서 그 글만 쓰신 줄 알았더니 다양한 글을 써오셨군요.

◎ 유홍준 > 신문에 고정 칼럼을 가지고 많이 써왔어요. 여러 신문 돌아가면서 주로 특별기고라는 제목이지만 삶의 향기, 삶과 문화 그런 주제로 해가지고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그렇게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고 써왔는데

◎ 진행자 > 이번 책 제목이?

◎ 유홍준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입니다. 문화유산 답사가 아니고 인생만사인데 내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뉴스하이킥 같은 데에서 다루는 건 세상만사잖아요. 그 세상만사 속에 인생이 들어가 있는 것도 한 꼭지씩 넣어주면 청취자들의 경우에도 잠깐 쉬어가면서 그 사람을 통해서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것이 있지 않겠어요.

◎ 진행자 > 아주 좋은 아이디어십니다.

◎ 유홍준 >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을 자주 불러주면.

◎ 진행자 > 그런데 여러 가지 인생이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요.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은 그 분야에 깊게 천착하는, 물론 교수님은 문화유산이라는 부분에 누구보다도 깊게 천착을 하셨지만 한 분야가 깊게 천착하시면서 또 인생만사에 대해서 글로 우러날 만큼 삶을 부딪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 유홍준 >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분들을 발굴해서 드러내주면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사람마다 에브리바디의 에브리데이 라이프가 우리 문화란 말이에요. 그중에서 건방진 얘기로 한 시대 지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물을 보는 시각은 우리가 배울 게 많잖아요.

◎ 진행자 > 그렇습니다.

◎ 유홍준 > 또 그런 분들이 어떤 소재를 낚아채가지고서 딱 얘기할 적에 건방지게 내가 쓴 글 중에 잡초공적비라고 하는 글이 있어요. 세상에 잡초를 공적이 있다고 비를 세우는 게 잡초에 대한 예찬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거를 고맙다고 비를 세우는 사람이 있단 말이에요.

◎ 진행자 > 그렇습니까?

◎ 유홍준 > 평창에 있는 청옥산에 그걸 내가 찾아가는 답사기로 썼죠.
이런 건 소재 하나만 가지고서도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죠.

◎ 진행자 > 그렇습니다.

◎ 유홍준 > 그리고 거기에 이생진 시인이 나 풀이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서 풀이 되리라 하면서 이 세상에 화초같이 사는 게 아니고 그 억센 생명력으로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가는 그 잡초에 대한, 사람들이 다 살다 보면 다 잡초 같은 인생을 산 거잖아요. 그런 공감을 일으키는 이런 이야기는 세상만사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에게 뭔가 청안수 한 잔 마시는 것 같은 청량함이 오죠.

◎ 진행자 > 그렇습니다. 근데 선생님이 스스로의 글을 잡문이라고 표현하셨으니까 잡초에 대한 잡문 굉장히

◎ 유홍준 > 잘 어울리죠.

◎ 진행자 > 제가 물론 선생님 이번에 쓰신 글을 반드시 읽어보겠습니다. 책을 반드시 읽어볼 텐데 그 잡초에 대한 잡문은 우선적으로 좀 읽어보겠습니다.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잡문이라고 표현하신 단순한 겸손이 아니고 그 부분이 굉장히 와닿는데요. 단순한 겸손 때문에 잡문이라고 표현하신 게 아니고 삶에 직접 삶을 부딪히면서 나온 거기서 우러나온 문장을 잡문이라고 표현하셨다.

◎ 유홍준 > 생명력이라고 하는 거 그 다음에 고고하거나 귀족적인 게 아니다라고 하는 것을 놓은 거죠. 그리고 인생만사를 얘기하다 보면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그렇잖아요. 사람이 다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더 많은 게 없는데 이번 책이 다섯 챕터로 나누면서 인생만사에 관한 삶의 향기를 얘기한 거 말고 우선 문화유산은 한 꼭지 있죠. 달항아리고 뭐고. 그 다음에는 내가 답사의 여적으로 답사기에 쓰지 못했던 그 뒷 얘기 같은 거 쓴 게 있고 그 다음에 예술가 미술평론을 했으니까 백남준을 비롯해서 예술가들의 얽힌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는 쓰다 보니까 내가 추도사를 많이 썼어요.

◎ 진행자 > 그러시군요.

◎ 유홍준 > 이애주, 홍세화, 김민기 또 신영복 이런 분들을 쓰게 된 게 신문에 실린 건데 난 사실 나 자신을 글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식하게 얘기하면 문사죠. 옛날 말로. 근데 글쟁이로서 원고 청탁을 받으면 원하는 매수만큼 시각에 딱 줘야 되잖아요. 그중에 제일 어려운 게 추도사야. 기자가 전화하고 돌아가셨다고 내일모레까지 2500자 써달라고 그러면 완전히 오늘 수능 보잖아요. 수능 논술 시험 보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추도사를 써주신 분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 유홍준 > 그게 맞으니까 부탁이 오죠.

◎ 진행자 > 그렇겠죠. 근데 부탁이 왔을 때 나는 그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 안 해 하면 거절하시는 거죠.

◎ 유홍준 > 거절하죠. 김민기 경우에 시간을 내가 댈 수 없다고 거절을 했죠. 왜냐하면 내가 울산에 강연이 예정돼 있어서 갔다 와야 되는데 앉아서 쓸 시간이 없어서 그래서 이번 책에 김민기한테도 미안한 것도 있고 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그건 신문에 발표 안 하고 이 책에다가 썼습니다.

◎ 진행자 > 혹시 들어왔는데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가 좀

◎ 유홍준 > 그런 거는 애시당초 오지 않죠.

◎ 진행자 > 할 만한 분들만 오는군요.

◎ 유홍준 > 그렇죠.

◎ 진행자 > 그런데 잡문을 쓰시려면 인생만사 인생살이 구석구석. 그중에 정치가 빠질 수 없지 않습니까?

◎ 유홍준 > 제가 정치를 넣어야 되는데 제가 참여정부 때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에 당색이 분명한 사람이잖아요. 근데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는 우리 한국 사회에 잘못된 건데 그 당색을 드러내게 됐을 때에 이 한계라는 게 너무나 피해를 많이 주기 때문에 정치적인 코멘트나 이런 것들은 자제하고 있죠.

◎ 진행자 > 자제하시는군요. 자제하신다면 지금 정치적인 현상들에서는 여쭤보지 않고 넘어갈까요?

◎ 유홍준 > 그러죠. 대답이 뻔할 텐데.

◎ 진행자 > 대답이 뻔하다는 말씀으로 무슨 말씀을 하신 것 같아서요.

◎ 유홍준 > 그렇죠. 질문으로 나한테 부탁이 왔었는데 대통령 사과에 대해서 보면 사과하라고 하고 나중에 변명으로 또 덮어버리고 기자가 질문한 거에 대해서 코어는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고 한 거 보면서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라든지 품위는 고사하고 체통하고 근수가 안 나가요. 참 정말 안타까워요.

◎ 진행자 > 예, 글 쓰실 때 이런 정치적인 현상에 대해서 하나씩 좀 정리를 하십니까? 혹시.

◎ 유홍준 > 하지 않습니다.

◎ 진행자 > 정치는 아예 안 하시는군요.

◎ 유홍준 > 이런 하이킥 같은 데 청취하면서 돌아가는 거는 세상만사 돌아가는 거는 익히고 있죠. 신문과 유튜브를 보면서. 그러면서 아까 부탁드린 대로 각박한 세상을 살수록 삶의 여유와 거리를 갖는 문화가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생활인이 가질 수 있는 서정을 그걸 간직하고 살자 이거죠. 그리고 그런 것을 이런 프로에서 드러내줘서 누구나 인생만사의 희로애락이 있는데 그거를 넉넉한 자세로 거리를 갖고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거고, 제가 이번 책 속에서 소개한 통문관 주인 이겸로 선생, 이분은 책장사거든요. 그 책장사로 일생을 살았지만 그 일생 속에 이분이 들어가 있는 인생 그거는 어떤 위인이 가진 것보다도 더 우리에게 살갑게 돌아온단 말이에요. 그 에피소드로 얘기하면 96세에 돌아가셨어요. 그 당시에 장수도 큰 장수였죠. 근데 어느 날 그 고서점의 통문관에 갔더니 반갑게, 거기 좀 앉으시오. 내 이것 좀 마저 하고 그러면서 그 옛날 낡은 책을 접혀 있는 것들을 반듯하게 해서 인두를 딱 펴는 거예요. 한 장씩 다. 그래서 똑바로 다시 만들면서 나한테 하는 얘기가 내가 돌봐주던 고서들이 지금 나의 노년을 돌봐주고 있다. 그 말 한마디 속에 짱하고 오는 거고, 이번 책에 자랑한다면 글쓰기를 부록으로 냈습니다. 나의 글쓰기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0주년 기념 때 청중에 글쓰기에 대한 비법을 얘기해달라 해서

◎ 진행자 > 궁금합니다.

◎ 유홍준 > 15가지를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또 민완기자가 그거를 신문에다가 했어요. 그래서 내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지가 무슨 대가라고,

◎ 진행자 > 그래도 글쓰기의 가장 핵심 중에 하나는 뭔가요?

◎ 유홍준 > 역시 기승전결을 딱 채우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당나라 때 한유가 한 말을 내가 여기다 마지막에 썼는데 풍성하게 담았지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 진행자 > 역시 덜어내는 게 중요하군요.

◎ 유홍준 > 압축을 했지만 빠진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쓸 수 있으면
말은 그렇게 했어요. 풍부하게 담았지만 한마디도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을 했지만 한마디도 놓친 게 없다.

◎ 진행자 > 저도 짧지만 평생을 기사를 써왔는데 그런 기사는 하나도 못 써본 것 같은데, 한 개의 기사도 그렇게 못 써본 것 같은데요.

◎ 유홍준 > 그래서 이번에 아예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이라고 하고 그때는 이래라 저래라 말한 것의 예문들을 하나씩 다 들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유머감각을 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글 속에서 마지막에 종결을 짓는 방법은 뭐가 있는가. 근데 내 개인적으로는 나는 제목을 정하고 나서 글을 쓴다는 걸 얘기했습니다.

◎ 진행자 > 그러시군요.

◎ 유홍준 > 그래야지 주제가 글로 갑니다. 다 써놓고 제목을 잡으려고 그러면 산만해지는데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그리고 정한 다음에 하면 그 주제에 맞춰가지고 쭉 뻗어나가니까 그건 한번 시도해 보라는 조언을 했죠.

◎ 진행자 > 제가 선생님 모시고 갑자기 질문을 꼭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이 그림 같은 데 굉장히 문외한이고 무식한데 나이가 들수록 그냥 보는 게 좋아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공부하고 보면 다른 게 막 보이고 글로 배우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 한계가 분명하더라고요. 그림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많이 읽어야 됩니까, 역시 글로.

◎ 유홍준 > 그거보다도 그림의 경우에는 우선 자기 감성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게 중요합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보는 게 아니고 예를 들어서 도자기 같은 경우에 도자기 딱 보면 도자기를 보는 건 형태와 빛깔하고 문양인데 그 형태 보면 어떤 건 단아하게 생겼고 어떤 건 귀엽고 어떤 건 당당해 보이고 사기그릇을 보고 참 잘생겼다. 당당하다 이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거는 자기 정서에 자신감이 있을 때 하는 겁니다. 괜히 미술사가 해설해놓은 거 따라갈 거 없고 빛깔을 봤을 때 아주 우윳빛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면 사기그릇인데도 질감이 아주 따뜻하네, 이걸 느끼면 그건 예술 감상에서 백점이죠.

◎ 진행자 > 시간이 다 돼버렸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홍준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교수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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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셨어요. 그 당시에 장수도 큰 장수였죠. 근데 어느 날 그 고서점의 통문관에 갔더니 반갑게, 거기 좀 앉으시오. 내 이것 좀 마저 하고 그러면서 그 옛날 낡은 책을 접혀 있는 것들을 반듯하게 해서 인두를 막 펴는 거예요. 한 장씩 다. 그래서 똑바로 다시 만들면서 나한테 하는 얘기가 내가 돌봐주던 고서들이 지금 나의 노년을 돌봐주고 있다. 그 말 한마디 속에 짱하고 오는 거고, 이번 책에 자랑한다면 글쓰기를 브록으로 냈습니다. 나의 글쓰기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0주년 기념 때 청중에 글쓰기에 대한 비법을 얘기해달라 해서

◎ 진행자 > 궁금합니다.

◎ 유홍준 > 15가지를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또 어느 기자가 그거를 신문에다가 했어요. 그래서 내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지가 무슨 대가라고,

◎ 진행자 > 그래도 글쓰기의 가장 핵심 중에 하나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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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 역시 기승전결을 딱 채우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당나라 때 한유가 한 말을 내가 여기다 마지막에 썼는데 풍성하게 담았지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 진행자 > 역시 덜어내는 게 중요하군요.

◎ 유홍준 > 압축을 했지만 빠진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쓸 수 있으면
말은 그렇게 했어요. 풍부하게 담았지만 한마디도 군더더기가 없고 축약을 했지만 한마디도 놓친 게 없다.

◎ 진행자 > 저도 짧지만 평생을 기사를 써왔는데 그런 기사는 하나도 못 써본 것 같은데, 한 개의 기사도 그렇게 못 써본 것 같은데요.

◎ 유홍준 > 그래서 이번에 아예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이라고 하고 그때는 이래라 저래라 말한 것의 예문들을 하나씩 다 들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유머감각을 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글 속에서 마지막에 종결을 짓는 방법은 뭐가 있는가. 근데 내 개인적으로는 나는 제목을 정하고 나서 글을 쓴다는 걸 얘기했습니다.

◎ 진행자 > 그러시군요.

◎ 유홍준 > 그래야지 주제가 글로 갑니다. 다 써놓고 제목을 잡으려고 그러면 산만해지는데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그리고 정한 다음에 하면 그 주제에 맞춰가지고 쭉 뻗어나가니까 그건 한번 시도해 보라는 조언을 했죠.

◎ 진행자 > 제가 선생님 모시고 갑자기 질문을 꼭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이 그림 같은 데 굉장히 문외한이고 무식한데 나이가 들수록 그냥 보는 게 좋아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공부하고 보면 다른 게 막 보이고 글로 배우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 한계가 분명하더라고요. 그림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많이 읽어야 됩니까, 역시 글로.

◎ 유홍준 > 그거보다도 그림의 경우에는 우선 자기 감성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게 중요합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보는 게 아니고 예를 들어서 도자기 같은 경우에 도자기 딱 보면 도자기를 보는 건 형태와 빛깔하고 문양인데 그 형태 보면 어떤 건 단아하게 생겼고 어떤 건 귀엽고 어떤 건 당당해 보이고 사기그릇을 보고 참 잘생겼다. 당당하다 이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거는 자기 정서에 자신감이 있을 때 하는 겁니다. 괜히 미술사가 해설해놓은 거 따라갈 거 없고 빛깔을 봤을 때 아주 우윳빛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면 사기그릇인데도 질감이 아주 따뜻하네, 이걸 느끼면 그건 예술 감상에서 백점이죠.

◎ 진행자 > 시간이 다 돼버렸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홍준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교수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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