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의 법과 사회]검사 때 못 벗은 정치, 정치 물든 검찰

기자 2024. 11. 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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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앞만 보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겠다.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비장함이지만, 정치 상황도 변했고 입법지형도 달라졌는데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개혁에는 늘 저항이 있기 마련인데 임기 반환점을 돌 때까지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고 사회적 타협을 이루려는 노력도 없었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설득하고 도움을 청하는 시도조차 없었다. 의회주의자를 자임했지만 정작 국회 개원식과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법률안거부권도 남발하는 등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돌이 날아오는데도 멈추지 않는 것은 정치인 대통령의 자세는 아니다. 일단 멈춰서서 어디서 날아온 돌인지, 누가 던진 건지, 돌팔매 정도인지, 피할 수 있는 속도인지 등 재빠르게 살펴보고 다음 행보를 정해야 한다. 사방에서 날아오면 피할 수도 없을 텐데 앞으로 나가는 건 무모하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지만, 그 국민 대다수가 돌을 던지는 상황이라면 달라져야 한다. 좌도 살피고 우도 봐야 한다. 자기 진영 목소리만 들어선 안 된다. 근소한 득표차로 출범한 정부고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 지형이기에 달라진 민심을 더 살피고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게 대통령의 정치다. 그런데 검사 출신 대통령은 검사동일체 습성이 남아서인지 여전히 검사 티가 난다.

정치인다워야 할 대통령과 집권 여당대표와는 다르게 이들을 배출한 대한민국 검찰은 정치에 물들어 있다. 늘 정치적 중립이 논란이었지만 검찰 출신 대통령이 출범한 이후 더 권력화·정치화되었다는 평가다. 정권을 잡으면 검찰을 ‘바로 쓰는’ 악습이 이어지면서 검찰은 정치에 예속되어 있다. 수사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범죄혐의가 짙어도 수사하지 않는 ‘과소수사(過少搜査)’, 범죄혐의가 불충분하거나 범죄가 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기소하는 ‘과잉기소(過剩起訴)’가 정점에 달했다. 무소불위 검찰권력이 살아있는 권력엔 너무도 나약하게, 죽은 권력과 죽여야 할 권력엔 한없이 가혹하게 행사된다. 힘있는 피의자는 한번도 불러세우지 못하고, 압수·수색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채 ‘혐의없음’ 면죄부를 주기도 하지만, 죽여야 할 권력은 먼지털이식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표적수사엔 인권도 소용없다. 걸릴 때까지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다. 범죄구성요건을 아주 좁게 해석해 관대함을 보이거나, 부당하게 넓게 해석하면서도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과시한다. 심지어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빠뜨리기도 한다. 추상같아야 할 법과 원칙이 좌우를 살피면서 굽어지고 휘어지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가담 의혹 사건과 이재명 야당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이 극명히 대비된다. 이런 선별적 수사와 기소 때문에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검찰청법에 쓰여 있는 검사의 객관의무다. 대법원도 검사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줄곧 검사의 객관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거악 척결과 정의를 세운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대한민국 검사가 과연 객관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없고 개혁 필요성 주장도 들리지 않는다. 공수처, 수사·기소 분리, 법왜곡죄 도입 등 검찰 바로 세우기 위한 개혁 시도는 늘 있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형식적이나마 개선 노력조차도 멈춰섰고, 외부 자문을 구하는 위원회도 없다. 국민과는 멀어지고 정치권력엔 눈귀 열고 있는 검찰, 과연 누가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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