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씻고 봐도 킬러문항 없었다"는 수능... "의대 입시, 미적분서 판가름" 분석도

손현성 2024. 11. 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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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수능 주요 영역별 난이도 분석]
EBS·입시업계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 공통 평가
EBS교사단 "전반적 9월 모평 수준... 변별력은 확보"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 여부엔 학원가 분석 엇갈려
일부 기관 "미적분은 전년 수능보다 더 어렵게 체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에서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기조하에 처음 치러진 지난해 수능은 주요 영역 모두가 까다로워 '불수능'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수능은 상대적으로 평이했던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 수준으로 난이도가 조정됐다는 평이다.

전반적 난도는 높지 않더라도 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은 영역별로 다소간 포진됐다는 평가도 공통적이다. 다만 내년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졸업생을 포함한 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수능에 응시한 상황에서, 이번 수능이 이들의 우열을 가려내기에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국어, 시간 부족 경감됐을 것"... 한 단어 45번 등장 지문도

국어 영역은 9월 모평 수준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어 영역 출제 경향에 대해 △지문 분량이 적정하고 정보가 명시적으로 제시됐고 △독서 파트에서 배경 지식에 따른 유불리가 없는 문항이 출제됐으며 △문항 선지도 과도한 추론 없이 지문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 있게끔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한 교사는 "9월 모평 출제 경향을 유지하면서 전체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며 "수험생의 문제풀이 시간 부족의 어려움은 경감됐을 것"이라 했다. EBS 수능교재 연계 문항도 전체 45개 문항 중 23개(연계율 51.1%)로, 연계 체감도가 비교적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시업계도 올해 수능 국어가 지난해보다 평이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부 기관은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 9월 모평은 129점이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수험생 평균이 낮을수록, 즉 문항 난도가 높을수록 고득점자 표준점수가 올라간다.

변별력을 갖춘 문항으로는 독서 파트 7번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서양 과학 및 기술 수용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룬 지문을 토대로 두 학자의 견해를 비교·대조하며 푸는 문제로, 각각의 세부적 입장을 정리해서 풀어야 해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노이즈 확산 모델을 활용한 이미지 복원' 관련 지문이 제시된 독서 문항(10~13번)도 '노이즈'란 단어가 45회나 언급되고 비슷한 용어들이 등장해 실수하기 쉬운 문제로 꼽혔다.

문학에선 EBS 교재에 수록되지 않아 수험생에게 생소한 작품(이광호의 '이젠 되도록 편지 안 드리겠습니다')의 이해도를 측정하는 27번 등이 변별력을 갖춘 문항으로 꼽혔다. 국어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45번)과 언어와매체(39번)에도 변별력 문항이 한두 개씩 있었지만 고난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입시업계의 대체적 평이다.


수학 미적분에서 최상위권 판가름? 의견 분분

최중철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출제 기본방향을 발표하며 킬러 문항을 완전히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밝히고 있다. 뉴시스

수학 영역 또한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상위권 응시자를 가려낼 변별력을 확보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심주석 EBS 수학 대표강사(인천하늘고 교사)는 출제 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 수학의 난이도를 굳이 비교하자면 9월 모평과 가깝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은 특히 주관식에서 고난도 문항이 많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에 달했던 반면, 9월 모평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이다.

심 교사는 상위권 변별 문항으로 공통과목에선 21번(수학Ⅱ)과 22번(수학Ⅰ)을, 선택과목에선 확률과통계 29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문항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추론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사교육을 통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혀야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은 배제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수능 수학 때처럼 킬러문항 시비가 붙을 만한 문항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수학 22번 문제의 정답률이 1%대에 그치면서 사실상 킬러문항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입시업계도 수능 수학이 대체로 쉬웠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 여부엔 이견을 보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등 최상위권 변별력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본 반면,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선택과목 중 미적분은 지난해보다 더 어렵게 출제돼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등급 4%대 영어... "이번엔 지문 난도 안 높아"

영어 영역도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 영어 대표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EBS 연계 교재에서 자주 다루고 친숙한 소재가 많고,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전문적 개념을 다루는 킬러문항은 배제됐다"고 말했다. EBS 교재 연계율은 55.6%로 집계됐다.

김 교사는 "지문 자체의 난도가 크게 높지 않아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된 걸로 보인다"면서도, 33·34번(빈칸 추론) 37번(글 순서) 39번(문장 삽입) 문항에 대해선 "오답 선택지의 매력도가 높아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수험생들이 정답으로 오인하기 쉬운 '매력적인 오답'을 두루 배치해 1등급(90점 이상) 비율이 4.7%에 그쳤다. 절대평가인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1등급 비율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보니 "절대평가 취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올해는 6월 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1.47%에 그쳤다가 9월 모평에선 10.94%로 널뛰기해 난이도 조절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세종=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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