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기후변화와 세계경제질서의 전환

유일선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2024. 11. 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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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후변화 대응 분주, 탈탄소화 정책 시행 임박
韓 철강·화학 타격 가능성…에너지·신통상전략 필요
유일선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2023년 7월 2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이제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할 만큼 임계점에 다다른 전지구적 인간생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20세기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훼손 등 환경이슈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이 온실가스(GHG)배출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국제기구, 정부, 비정부기구(NGO)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적극적으로 탈탄소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1998년 미국 환경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 주도하에 170여개 다국적 기업연합체, 각국 NGO와 정부기관들이 협력해 ‘GHG프로토콜 이니셔티브’를 결성하고, 2001년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관한 기준인 ‘GHG프로토콜’이 국제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원을 3가지 유형(scope1, 2, 3)으로 구분한다. ‘유형 1’은 기업이 소유·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유형 2’는 기업이 외부로부터 구매한 에너지를 사용해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유형 3’은 유형 1과 유형 2를 제외한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에서 기업활동과 연관되어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여기에 금융기관이 투자한 기업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한 금융배출량도 포함된다.

이런 흐름은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2015)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으로 촉진되고 있다. 이 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고 선진국에만 부여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모든 국가로 확대하고, 탄소배출의 직접 당사자만 규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유형 3’ 형태의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책임과 의무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포함 전 세계 약 140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2023년 산하기구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일반정보공시(S1)에 기후정보공시(S2)를 부가하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2023년 ‘ESG 금융 추진단’을 통해 S2를 2026년 이후부터 의무화하고, 금융기관 포함 자산규모가 2조 원 이상인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탈탄소화 실현수단으로 금융이 핵심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역내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유럽그린딜’의 정책수단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3년 최종 승인하고 2026년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것은 철강 알루미늄 전기 등 6대 품목에서 시작하지만 2030년까지 EU-ETS(배출권거래제)대상 전 품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판 탄소국경세인 청정경쟁법(CCA)이 2022년 6월 상원에서 발의되어 2025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알루미늄 화학제품 등 12개 제품에 대해 미국 탄소집약도(탄소배출량/총생산량)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조세를 부과하므로 CBAM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크다. 2025년부터 시행될 경우, 탄소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산업계는 앞으로 10년(25-34년)간 총부담비용을 2조7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의하면 2023년 한국의 미국과 EU 수출비중이 29.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므로 주요 수출품인 철강 석유 및 석탄과 화학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철강은 모든 산업의 주요 소재이므로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면 해양분야 상황은 어떠한가?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요구하는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을 발표했다. 선박금융을 실시하는 11개 금융기관은 IMO 초기전략 목표에 동의하고, 2019년 금융기관이 해운업계 대출을 결정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한 ‘포세이돈 원칙’을 수립했다. 해운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최초로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023년 현재 34개 기관이 서명했으나 한국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이 신산업과 신통상질서를 창출하면서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석유 중심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원자력에 거액의 예산을 투자하며 이런 변화에 역행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 이제 탈탄소 에너지 전환과 신통상전략을 수립하고, 탄소관련 데이터를 정비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미국 EU와 국제기구에서 정부 협상력을 높이는 총체적인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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