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묵의 디톡스]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부산은 전국적으로 산업재해와 직업병 발생률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중소규모 영세 사업장이 많은 부산은 안전과 건강 관리에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직업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부산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40명에 이르며, 이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전국적으로 산업재해가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부산의 높은 재해율은 부산시의 소극적인 노동자 보호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부산에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위탁해 운영하는 부산근로자건강센터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의해 운영 중이지만, 이는 공단 주도의 운영으로 부산의 특수한 산업 환경과 노동자 분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부산시가 노동자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노동안전보건센터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2020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22년에는 이를 개정해 센터 설립을 필수 사항으로 명시했다. 조례 제13조에 따르면, 센터는 “설치하고 운영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지니며, 이 사항은 노동기본계획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2023년 6월, 부산시는 별도 부지에 센터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예산 문제로 무산시켰고, 이후 기존 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 이는 부산시가 예산 확보와 초기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결과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 전역에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분포해 있다. 서부산에는 공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제조업 종사자가 많고, 이는 부산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 같은 새로운 노동 형태도 늘어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안전과 건강 관리가 시급하다. 플랫폼 노동자는 짧은 계약과 다수의 고용주를 거치는 구조적 특성으로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돌봄 노동자는 감정노동과 신체적 부담이 커 직업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센텀지구와 문현금융지구의 전문직 노동자들도 높은 직무 스트레스와 장시간 근무로 인한 정신적 부담이 커 맞춤형 관리가 요구된다. 따라서 다양한 직군과 노동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부산시 주도의 노동안전보건센터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부산시가 직접 노동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이로써 부산시 특성에 맞춘 정책을 반영하며,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에게 고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부산의료원 내에 센터를 설치해 기존 의료 인프라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자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 서부산의료원에 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서부산은 공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제조업 노동자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건강과 안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근로복지공단 부산의원에 센터를 개설하는 방안 역시 공공의료기관의 인프라를 활용해 직업 특화 의료 서비스와 상담을 제공할 수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기도와 서울의 사례는 부산시가 참고할 만하다. 경기도는 수원과 안성의 경기도의료원 산하 ‘노동자건강증진센터’를 통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건강진단, 심리 상담, 재활 지원 등 실질적 서비스를 제공해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은 2021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해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산은 이러한 사례들을 본보기로 삼아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안전보건센터는 산업재해 예방에 그치지 않고, 부산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부산시는 조례와 노동기본계획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해 노동안전보건센터를 조속히 설립하고, 지역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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