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했던 국·영·수…‘탐구’가 최상위권 변별력 가를 수도
- 의대증원 N수생 21년 만에 최다
- 국어 문학, EBS 밖 생소한 지문
- 수학은 미적분 어려웠다는 평가
- 원점수 고득점자도 낙관 힘들어
14일 실시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수학·영어 영역이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교육·입시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영향으로 ‘N수생’이 2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원점수로 고득점을 받아도 낙관할 수 없다”는 업계 의견도 제기된다.
▮국어, 지난해보다 쉬워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게 출제됐다는 게 입시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이다. 반면 9월 모의평가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이후 가장 낮았다. 통상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쉬우면 하락한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천안중앙고 한병훈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한 독해력 및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출제 방향에 따라 올해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독서는 4개 지문 중 3개, 문학은 7개 작품 중 3개가 EBS 수능 연계 교재에서 출제돼 수험생이 겪는 시간 부족의 어려움은 경감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독서 ‘서양 과학 및 기술 수용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다룬 지문 7번 문항과 ‘기계 학습과 확산 모델’을 다룬 지문 13번 문항이 꼽혔다. 문학은 이광호의 ‘이젠 되도록 편지 안 드리겠습니다’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27번이 EBS 수능 연계 교재에 없는 작품이라 수험생에게 생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메가스터디교육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수능 국어영역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 EBS 연계율 역시 기존 기조를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력과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습한 학생은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문항들로 구성된 시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수학, 미적분 외 평이
수학영역 역시 지난해 수능과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대체로 쉽게,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고 봤다. 공통문항은 전체적으로 쉬운 편이었고,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서 변별력을 갖춘 문항이 한두 개씩 존재했다고 평가했다.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고난도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시각이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공교육 내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의 문항, 지나친 계산을 요구한다거나 불필요한 개념으로 실수를 유발하는 문항 등 소위 킬러 문항은 배제됐다”고 분석했다. 심 교사는 다소 까다로운 문항으로 공통과목 22번(수학Ⅰ)과 21번(수학Ⅱ),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 29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문항을 꼽았다. EBS 연계율은 50%로, 총 30개 문항 중 15개가 EBS 교재와 연계됐다고 봤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측은 “공통과목은 지난해보다 쉽고, 선택과목은 미적분이 다소 어려웠다.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영어도 평이, 탐구로 변별하나
국어·수학과 다르게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지난해 수능보다 쉽고,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한다.
종로학원 문제분석팀은 “최상위권 의대 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정도의 수준으로 출제됐다. 국어·수학에서 1등급 구간대 학생의 동점자 속출이 예상되고, 국어·수학 만점을 받아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원점수로 고득점을 받아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수능을 치른 국제고 3학년 하정민 군은 “국어·수학·영어영역을 풀면서 탐구에서 변별력이 생길 거라고 직감했는데 세계지리, 법과정치가 어려웠다”며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 반응도 비슷했다”고 전했다. 금정여고 3학년 이서영 양은 “국어와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지만 미적분은 좀 어려웠다. 탐구에서는 지구과학이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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