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트럼프 2기, 대미 자율성 키우고 EU·일과 연대를”
‘대전환의 시대, 우리 외교는 어디로’ 라운드테이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라는 중첩 위기 시대에 ‘트럼프 2기’라는 쓰나미까지….’
‘2024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이틀째인 14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하우스에서 ‘대전환의 시대, 우리 외교는 어디로?’를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전문가들은 우울한 현실만큼이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혼란과 예측 불가능의 시기”(조현 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라거나, “약육강식과 민낯의 시대”(김근식 경남대 교수)라는 식이다.
대책은 우울하지 않다. 외교 전문가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미 자율성을 높이고 유럽연합(EU)·일본 등과 연대해 트럼프 2기에 대응할 맷집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보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은 비관보다 평화의 시기를 준비할 때”라며 시민사회의 분발을 호소했다.
‘트럼프 2기’, 세계는 어디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를 ‘위험’으로 인식했다. 트럼프 1기를 현직 고위 외교관으로서 겪은 조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 탓에 유엔의 글로벌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든 게 트럼프 2기의 등장”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기도 한 김근식 교수는 “욕망, 이기심, 분노가 득세하며 양극화가 심화해 국제, 국내를 불문하고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미국 중심주의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마가는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인종(백인) 중심주의와 ‘독재’를 호언하는 트럼프 중심주의를 또다른 축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거래주의’는 (거래)가격과 교환 조건을 모두 미국이 정하겠다는 일방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다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의 인명 피해를 강조하는데, 정작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나라는 에티오피아”라며 “뉴스에 나오지 않는, 보이지 않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결이 다른 지적을 했다.
김정은-트럼프 다시 만날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성사 가능성을 두곤 의견이 엇갈렸다.
김 의원과 김 교수는 “거래가 이뤄지려면 가격이 맞아야 하는데, 그건 미지수”라며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전략적 입지가 높아진 김정은 위원장의 요구 사항을 트럼프 당선자가 충족시키기 어려우리라는 지적이다. 조 전 대사도 “트럼프한테 ‘북한 의제’는 ‘두개의 전쟁’(우크라이나·가자 전쟁)과 미-중 경쟁에 견줘 우선순위가 뒤진다”고 말했다.
반면 윤 교수는 “북쪽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을 ‘명운을 걸고 대담하게 응한 자랑스러운 역사’로 평가한다”며 ‘김정은-트럼프 만남’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봤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의원은 “상황이 어렵지만 대미 자율성을 키우고 다른 나라와 연대해, 트럼프 2기에 맞서 국익을 지키고 평화번영을 도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는 “영민한 외교를 현 정부에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수를 최소화하라는 게 현실적인 주문”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조 전 대사는 “책임 있는 정부라면 전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철저한 안보를 전제로 평화적 교류를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김 교수는 “분단국의 양자 관계는 철저하게 힘의 관계”라며 “남북관계사는 진보의 교류협력, 보수의 북한붕괴론 모두 작동하지 않는 희망고문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곤 “지금은 현상 변경보다 정세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정연순 법무법인 ‘경’ 대표변호사와 윤 교수는 민간 교류가 남북 사이 우발적 충돌을 막고 적대를 완화할 수 있다며, 상황이 어렵더라도 민간 교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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