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짓 안해서’ 더 아름다운 우리 옛 정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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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느꼈다면 한국 정원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책 뒤표지의 이 문구에 시선을 빼앗겼고, 글보다는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사진부터 훑어보았다.
윤광준의 '정원의 황홀'은 한국만의 멋과 정서를 한껏 품은 우리 정원을 톺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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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정원 두루 돌아본 저자
- 우리 전통 별서의 美에 푹 빠져
- 전국 200곳 찾아서 추린 22곳
- 그 멋과 정서를 톺아보는 책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느꼈다면 한국 정원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책 뒤표지의 이 문구에 시선을 빼앗겼고, 글보다는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사진부터 훑어보았다. 윤광준의 ‘정원의 황홀’은 한국만의 멋과 정서를 한껏 품은 우리 정원을 톺아보는 책이다.
윤광준은 미술 음악 건축과 디자인 등 예술의 아름다움을 사랑해서 직접 보고 듣고 즐기는 일을 한다. 국내외를 두루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과 나름의 관점을 쌓아온 작가다. 정원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십여 년 전 우연히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오랜 기간 틈틈이 국내외 정원을 찾아다녔다. 사진과 글로 꾸준히 기록하는 일도 이어졌다. 전 세계 다양한 정원들을 다니는 동안 그는 우리 정원만의 매력을 더 강하고 확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은 한국의 옛 정원에 푹 빠져 집중적으로 돌아봤다.
저자는 우리 옛 정원인 별서의 가치를 새삼 주목해서 전국에 흩어진 200여 곳의 정자와 누각을 답사했다. 이 책은 한국의 옛 정원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을 정리하고, 이를 잘 보여주는 정원 22곳을 소개한다. 유명세를 타거나 문화재적 가치 등의 일반적 기준이 아닌, 다분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윤광준 작가가 세심하게 골라낸 정원들이다. 전문 사진작가인 저자의 안목과 시선을 믿는 독자라면, 책 속의 정원에 빠져들 것이다.
1부의 목차만 들여다봐도 우리 정원의 독특한 매력이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삼천리 화려강산에 살아 정원을 만들지 않았다’ ‘만여 곳이나 되는 정자와 누각이 우리의 정원이다’ ‘헐렁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국 정원’ ‘우리는 추운 건 참아도 답답한 건 못 참는다 ’ ‘볼품없고 초라한 낡은 건물이 정원이었다고?’ ‘산이 빠진 한국 정원을 생각할 수 없는 이유’ 등. 한국 정원의 공통적 특징을 살핀 다음은 22곳의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곳부터 펼쳐봐도 좋겠다.
‘영양 경정 서석지’. 서석지는 경정 안에 있는 연못 이름이다. 사진 아래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여름의 서석지는 무성한 연잎으로 뒤덮여 있어 연못인지 모를 정도이다. 새잎 돋는 봄에 찾은 서석지에서 전모를 보게 됐다. 자그마한 서석지를 품은 경정의 크기 또한 크지 않다. 경정과 서석지가 작아 보이지 않는 건 차경된 뒷산이 시선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정원은 배경된 자연과 합쳐진 크기로 파악해야 옳다.”
‘안동 체화정’. 체화정은 1761년 건립됐는데, 연못 또한 당시에 만들어졌다. 체화정은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2019년 보물로 지정됐다. 연못에 비친 건물과 주변풍경이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답다. “체화정은 온 산을 품을 만큼 규모가 크다. 거기에 걸맞은 연못의 크기와 삼신산도 상당하다. 연못에 비친 산의 그림자를 보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수련을 심어 놓아 배롱나무꽃이 필 때쯤 수련꽃도 함께 핀다.”
‘보성 강골마을 열화정’. 열화정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데 있는 전형적인 별서다. 집을 벗어난 별도의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쉬는 용도로 지어졌다. 멋과 풍류를 중요시했던 호남 사람들의 정서가 담긴 정원은 건물 구조와 넉넉함이 남다르다. 열화정의 정자와 일각문을 연못 쪽에서 바라본 풍경에 붙은 설명이다. “산 사면에 지은 열화정의 담장은 반듯한 시각이 아니라 꺾여 있다. 비정형의 공간이 된 마당에 연못도 대응한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들고나는 형태로 마무리된 이유다. 가운데 회화나무 한 그루가 열화정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국내외 정원을 두루 돌아 본 저자는 말한다. “세상의 정원 중에서 자연 그 자체에 들어가 사람과 교감하는 곳은 한국의 정원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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